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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월동에서    / 이병창        
                                  

이제는 눈물도 말랐습니다
이제는 분노의 핏자국도 말라붙은 지 오래입니다
광주 금남로에서
세종로 종로 오가에서
이 나라 최루의 거리마다 쓰러진 넋들의 통곡은
우리들의 침묵 속에 깊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월의 봄물이 올라오면
죽은 마뭇가지 끝에서 새순이 올라오듯
터지는 그리움과 아픔으로
그대들을 찾습니다
그리운 얼굴들,
다시 불러보는 이름들
우리 어찌 잊어버렸노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참을 말하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못생긴 돌들도 소리를 지른다는데
이 땅에서는 소리지를 돌들도 없었던가요.
의인 열사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의 비석마다
새겨진 피묻은 사연들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민주주의는 살아 남은 자들의 것이라는
언어의 기만을 폭로해 주고 있습니다.
평화의 길을 알지 못하는  자들이 휘두르는
권력과 정치가
얼마나 씻을 수 없는 한을 심어 주는가를
웅변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그대들은
지나간 세월의 비겁함으로 가슴을 치는 이들
이 땅에 살아남은 절망으로 죄인이 된
사람들의 눈물샘을 또 다시
터뜨리고 있습니다.

나는 망월동 잔디 속에 깊이깊이 뿌리박은
쑥뿌리를 캐내다가
이 나라의 눈물먹은 달덩이들이
봉분마다 깃들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짓이겨진 상처들을 다스리며
슬픔의 뿌리를 거두어드리는 영혼들을 보았습니다.
몸은 죽여도
영혼은 죽일 수 없는 법이라고 소곤대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오월의 영혼들이 쏟아부은 핏자국처럼
붉은 전라도의 황토 위로 이제ㅡ는
사람의 마음 빛깔같은 푸르름이
덮여지고 있습니다
봄소식을 전해준 진달래는 흔적이 없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봄날입니다.

이제는 승천하십시오
서러운 한 세상 뒤로 하시고
한반도의 보름달로 승천하십시오
슬픔을 넘어서
이땅의 분노와 죽음을 넘어서
뿔뿔이 갈라서 청산을 내리 비취는
달빛이 되십시오.
그 달빛으로 우리는 멱을 감으며
무엇이 어둠인지 빛인지를 분별하는
정갈한 눈을 뜰것입니다
약자의 눈물
비겁한 자의 눈물을 버리고
하나인 조국
하나됨의 세상을 그토록 염원하던 그대들의
애통한 눈물을 다시 흘릴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