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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베키아
                               
                                            천외자
 


그는 나오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서 쉼보르스카 시집을 꺼낸다
책을 펴서 얼굴을 가리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삼십분만 소리 죽여 울다가 일어설 것이다
루드베키아가 피어있는 간이역
서로 떨어진 꽃잎이 제각각 바라보는 방향으로
이별은 역사의 빈 공터에서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시들고 있다
누군가 새롭게 만들고 있다
만남을 잃어버린 역사에서 모든 것은 이별의 진행 방향이다
기차가 떠난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의자에서 일어선다
출구로 나가는 사람들 속에 내가 없어도 아무도 주의하지 않는다
의자 위에는 바람이 시든 장미 다발처럼 놓이고
나는 선로 건너편 루드베키아 꽃밭 속으로……
시베리아로, 안데스로, 히말라야로, 실크로드로……
샛노란 꽃잎의 길이 열린다
이 많은 길을 누가 만들었을까
카테리니행 기차는 여덟시에 떠났다네
또 다른 루드베키아 한 송이가 새로 핀다
하나가 아니고 유일한 것도 아니고
이별은 일상이 되고
이제 얼굴을 책으로 가리고 혼자 울지 않아도 된다 


 * 천외자 / 경북 안동 출생. 2002년 《시현실》로 등단


살짝 고개 숙인 겸손한 해바라기가 아니라
하늘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간절히 염원하는 하늘 해바라기
하늘 햇살 그대로 받은 불재의 여름색
국화과 루드베카아속 북아메리카원산 원추천인국[Rudbeckia bicolor]
뽑으면 또나고 자르면 그 옆에서 또 자라는 뜨거운 생명력의 꽃
확 피었다 어느 순간 스르르 져 버리는 이 강렬한 꽃이
불재 신의 정원 칠월 주황빛 신비로운 꽃길을 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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