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편지 / 사람 & 짐승
2010.08.08 10:20
가온의 편지 / 사람 & 짐승
전원에 살게 되면서부터 마당에 개를 기르게 되었는데
예전에 개를 돌보는 식구들이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할 때는
돌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학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었습니다.
햇살이 따가운 초여름 날,
만삭이 된 진돗개 아롱이가 차광이 안 되는 곳에 매여 있어
흙이 있는 곳으로 기어오르려고
더위 속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본 일도 있고,
물그릇이 바싹 말라 있을 때도 있었으며,
강아지 때 매어준 목 띠를
성견이 될 때까지 늘려주지 않고 그대로 두어
목 주위가 헐기도 했지요.
자기표현이 불가능한 동물은
묶어놓은 사람이 마땅히 그 생명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며
그러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풀어 놓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해야 옳은 일이지요.
스킨쉽을 하는 등 동물에게 적극적인 애정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한 생명이 받는 고통은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느끼는 내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은
개를 방에서 기르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처럼 옷을 입히고, 개 침대, 개 소파에
심지어 개 호텔에 개납골당까지 생기는 기현상이
반려동물이라는 말로 합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반려동물이 꼭 개라야만 한다는 법이 없기에
취향에 따라 닭이나 쥐, 심지어 도마뱀이나 구렁이까지
애완동물인지 반려동물인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을 봅니다.
이러한 동물에 대한 집착을 사랑지수로 여길 수 없는 것은
개에게 집착하는 이에게서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는 냉혹함을 종종 보아온 때문입니다.
창조주께서는 창조 시 남성과 여성을 구분 하셨듯이
그보다 더 분명하게 사람과 짐승을 구분하셨으며
우리가 사랑할 대상으로 짐승이 아닌 이웃,
즉 사람을 가리키셨지요.(마22:39)
참으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짐승에게 집착할 여유가 없을 것입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명목 아래 짐승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건
오히려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사고가 만들어 낸
병폐적인 정서일 수도 있다면 심한 표현일까요?
짐승이 사람대접을 받는 현상이
사람이 짐승취급을 받을 수도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창조주께서 사람의 형상을 동물과 구별하여 만드신 것은(창1:26-27)
겉 사람만이 아니라 영적인 속사람도 하늘을 바라볼 줄 아는
직립존재로 만드신 것인데
겉모습만 직립이고 속사람은 하등동물로
바닥을 기고 있다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겠지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동물의 완성점에서 신성의 시작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는데
이미 동물의 차원을 떠나 신성을 향하여 나아가야 할 인간이
다시 동물로 되돌아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서글픈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천진스런 아이들이 부모처럼 의지해야 할 어른들을
우범자로 경계할 수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아내와 헤어지고 난 후
10대 초반인 딸과 10년이 넘도록 살면서
딸까지 낳게 된 문제를 가지고
전화로 상담을 해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붉은 수염으로 익어가는 옥수수 내음,
달콤한 무화과 열매, 반짝이며 부서지는 매미소리로
아직도 자연은 이토록 질서정연하게 아름답기만 한데
개가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대접을 받는
이 웃지 못할 세상에서
사람이 짐승이 되어가는 소리 또한
맹수의 포효처럼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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