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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의 격노-송현

2010.08.09 18:15

물님 조회 수:3010

세종대왕의 격노

- 내 등 뒤에 光化門 한자 현판 달아서 나를 능멸하지 말라 -


송 현(시인. 한글문화원장)



1.

한글학회!

100년 전통의 한글학회는

단순히 한글만 연구하는 학회가 아니다.

우리 겨레의 자존과 긍지를

목숨 걸고 지켜온

산천초목도 숨을 죽이는

애국학회요 민족학회이다.

김 종택 회장이

대학자의 체신을 버리고

노 교수의 체통을 버리고

일흔 넷의 노구로

서울 한 복판 세종로 내 동상 앞에서

눈물로 4배를 하고

고유제를 지내다니

21세기 대낮에 이 무슨 괴이한 변고란 말인가!


 

세종대왕 등뒤에 한자 현판 웬말인가!


현수막 오른 쪽을 잡고 서 있는 이 대로도 울고

현수막 왼쪽을  잡고 있는 송 현도 울고

대통령에게 보내는 청원서를 대독하는 오 동춘도 울었다.


2.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 복판인 세종로

세종로 한 가운데 나의 동상을 세워놓고

내 등 뒤에서

40년 동안 아무 탈 없이 달려 있던

“광화문”이란 한글현판을 떼고

난데없이 뚱딴지 같이

광화문 중건 책임자 임 아무개 글씨를 복원해서

한자 현판을 단다고 하니

이런 고얀 놈들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리 얼이 빠져도 그렇지

어쩌면 이런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고

어쩌면 이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는 짓을 하는지

그리고

어쩌면 이리도

한글을 욕되게 하고

나를 능멸할 수가 있단 말인가!


3.

광화문은 태조 4년(1395) 9월 창건된

경복궁의 남쪽 정문이다!

당시는 정도전이 쓴 正門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었다.

세종 7년(1425)에 집현전에서 광화문이라 이름을 바꾸었다.

그 뒤 임진왜란 때 불타고 270여년이 지난 후에

고종 2년(1865)에 와서야 대원군이 옛 모습을 재건했다.

1927년 일제가 조선총독부를 짓고

광화문은 경복궁 동문이던 건춘문 왼쪽에 옮겨 지은 것이다

이처럼 수난을 겪은 광화문은

6.25 전쟁 때 불타고 말았다.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광화문을 짓고

한글 현판을 단 것이다

그 뒤 아무 탈없이 40년이 넘게 달려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경술국치 100년을 맞는

올해 8.15 기념식에 맞추어

멀쩡한 한글현판을 버리고

110년 전 광화문 중건 책임자

임 아무개가 썼다는 현판 글씨를

어거지로 짜깁기 한

한자 짝퉁 현판을 2억원이나 들여 만들어

한글시대 한글 세상을 역행하는 짓을 하는데

이거야 말로 개가 웃고 소가 웃을 일 아닌가!

이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단 말인가!


 

4.

나를 능멸하는 자들은

복원 원칙 뒤에 숨어서 희희낙락하고 있다.

링컨은 인디아나 전선에서 이런 말을 했다.

  “중요한 원칙들은 융통성이 있을 수 있고,

  중요한 원칙일수록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 복원원칙을 지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융통성 없는 몇몇 전문위원들이 만든 복원원칙은

말이 원칙이지, 따지고 보면 원칙답지도 못하다.

그래,

네놈들이 원칙을 그리도 금과옥조로 여긴다면

광화문을 창건할 때 정도전이 이름 짓고 썼던 

正門이라고 해야 원칙에 맞지 않은가!

그런데 뚱딴지 같이

광화문 중건 책임자가 임 아무개가 쓴

낡은 사진 글씨를 짜깁기한 짝퉁 현판을 다는 것이

어떻게 복원 원칙에 맞다는 것인가?

원칙은 무슨 얼어죽을 원칙이란 말인가!

네놈들 주장대로라면

가령, 서울역사(驛舍)가 불타서 복원할 경우에

현판을 서울역이라고 하지 말고

京城驛이라고 하자는 격이 아닌가!.

서울역에다 京城驛이라고 한자현판을 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린가?

개가 웃고 소가 웃을 일 아닌가?

  

5.

어떤 주인이 여행을 떠나면서

첫째 종에게는 5달란트를 맡기고

둘째 종에게는 2달란트를 맡기고

셋째 종에게는 1달란트를 맡겼다.

주인이 돌아와서 확인했더니

첫째 종은 5달란트를 밑천으로 장사를 해서 5달란트를 벌었고,

둘째 종도 2달란트를 밑천으로 장사를 해서 2달란트를 벌었다.

그런데 셋째 종은 1달란트 그냥 땅에 묻어 두었기에 1달란트 밖에 없었다.

엄격히 말하면 셋째 종은 아무 잘못은 없다.

좋게 말하면 고지식한 원칙주의자에 가까운데

내가 보기에는 앞 뒤 꽉 막힌

닭대가리 아니면 새대가리임이 분명하고

요즘 말로 하면 완전 꼴통이다!

그래서 주인이 꼴통에게 말했다.

  “너야 말로 악하고 게으런 종이다."

주인이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

"여봐라! 저 닭대가리 같은 놈에게

한 달란트 마저 빼앗아

열 달란트 가진 첫째에게 주어라!

그리고 이 쓸모없는 닭대가리를

바깥 어두운 곳에 내쫒아라...

거기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할 것이다.”

복원원칙 타령 하는 네놈들이야 말로

이 닭대가리와 새대가리와 뭐가 다른가?


 

6.

그 동안 40년 동안 멀쩡하게 달려 있던

한글현판을 떼고 짝퉁 한자현판을 달면

몇몇  닭대가리와 새대가리들은 좋아라 웃을지 몰라도

길가는 사람들도 다 비웃을 것이다.

외국 사람들이 光化門 한자 현판을 보면

중국에 온 느낌이 들까? 한국에 온 느낌이 들까?

光化門 한자 현판을 보면 중국 건물을 보는 느낌이 들까?

아니면 한국 건물을 보는 느낌이 들까?

외국 사람들이 光化門 한자 현판을 보고

“당신네 나라에는 고유 글자가 없습니까?” 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대한민국에 과학적인 한글이 있다고 들었는데,

왜 한글 현판을 달지 않고

한자 현판을 달았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광화문” 한글 현판을 달아서

우리의 자존심과 민족적 긍지를 마음껏 자랑하는 것이 좋을까?

光化門이란 한자현판을 달아서

과거에 중국에 종살이 하던 치욕적인 흔적을

온 세상 사람들과 우리 자녀들에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계속 보여주는 것이 좋을까?

이미 40년 전에 “광화문”이란 한글 현판을 단 것은

그때 우리나라의 자존심과 긍지를

세상에 공표하는 역사적 중대한 사건이었다.

그 뒤 광화문은 한글 현판을 달고 40년을 지내왔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이제 와서

난데없이 역사를 후퇴시키는

몇몇 닭대가리와 새대가리들에게

표창장을 주어야 할까?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

광화문 복원이 어차피 원형 복원이 아닐 바에는 

한글 창제 정신과 국민의 소망을 담아

한글현판을 다는 것이야 말로

단순한 골동품적 복원 차원을 넘어

새로운 문화 창조요 새로운 역사 창조가 아닐까?

한글을 창제한 내 등 뒤에서

한문자 현판을 단다는 것은

나를 능멸하는 짓이고

한글을 욕되게 하는 일이 아닐까?

光化門이란 원형 현판이 없어서

희미한 옛날 사진을 보고

짜깁기 하여 짝퉁 현판을 만드는데

무려 2억여원을 들인 것이

예산 낭비일까? 예산 절약일까?

다른 부분은 다 그 잘난 복원원칙대로 하더라도

현판만은 한글 현판을 다는 것이

한글 시대에 맞는

지혜롭고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몇몇 닭대가리들과 새대가리들이 정한

복원원칙에 사로잡혀 굳이 한자 현판을 달아

주권 국가를 망신시키고

한글을 창제한 나를 능멸하는 것이 과연

제 정신 박힌 후손들이 해야 할 짓인가?

청와대 사람들이나

대통령 주위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급히 진언하여

이 대통령이 사안의 중요성을 바로 알고

한자 현판 다는 것을 중지시키고

오는 한글날 전까지 한글 현판을 달게 하는 것이

이 대통령이 두고두고 욕 먹지 않게 하는 일이 아닐까?

아니면 한자현판을 달게 내버려두어

이 대통령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안 먹어도 될 욕을 바가지로 먹고

매년 한글날만 되면 또 욕을 바가지로 먹게 하는 것이 좋을까?

한자 현판을 달 경우 한글 관련 단체와 애국청년들이

광화문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한자 현판을 떼려고 시도하면

어떤 벌을 내려야 할까? 아니면 애국 행위라고 표창을 해야 할까?

한자현판을 다는 것을 여론 조사하면 찬성이 많을까? 반대가 많을까?


 

7.

이제

인왕산도 울고

북한산도 울고

성삼문도 울고

신숙주도 울고

이 개도 울고

정 인지도 울고

최 항도 울고

강 희안도 울고

박 팽년도 울고

집현전 학사들이 대성통곡을 한다.  

                              

일제 시대에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투옥 당하거나 순국한

애산 이 인도 울고, 

법상 김 법린도 울고

민세 안 재홍도 울고,

성산 김 도연도 울고

열운 장 지연도 울고,

한메 이 윤제도 울고

야자 이 만규도 울고,

창남 윤 병호도 울고

고루 이 극로도 울고,

연아 서 승효도 울고

해관 신 윤극도 울고,

외솔 최 현배도 울고

약영 김 양수두 울고,

건재 정 인승도 울고

한뫼 안 호상도 울고,

석인 정 태진돈 울고

월파 서 민호도 울고,

노산 이 은상도 울고

동운 이 중화도 울고,

효창 한 징도 울고

애류 권 덕규도 울고,

추정 이 강래도 울고

남저 이 우식도 울고,

가람 이 병기도 울고

한결 김 윤경도 울고,

백수 정 열모도 울고

일석 이 희승도 울고,

일농 장 현식도 울고

눈놀 정 인섭도 울고,

무돌 김 선기도 울고

또나 이 석린도 울고,

권 승욱도 울고 있다.

그리고

한타 공병우도 울고

눈뫼 허웅도 울고 있다.

그리고

나도 운다.

8.

못난 놈들!

하필 내 등 뒤에서

한자 현판을 달아서

나를 더 이상 능멸하지 말고

세계에 자랑스런 한글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라!

네 이놈들!

내말 똑똑히 들어라!

여나므 명도 안되는

못난 닭대가리 새대가리들 때문에

광화문에 한자현판을 다는 순간

내 동상은

그냥 돌덩이로 전락하고 마는 줄 알아라.

5천년 역사에

수많은 국난을 당한 것도

삼전도에서 치욕을 당한 것도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것도

몇몇 닭대가리와 새대가리들 때문인줄

아직도 모르고

수도 한 복판에서

내 이름을 딴 세종로

내 모습을 담은 세종대왕동상

바로 등 뒤에서

더 이상 나를 능멸하지 말고

더 이상 한글을 욕되게 하지 말라(2010.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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