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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환자가 증상이 호전되면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진다는 걸 의사들은 안다. 

싱글들에게 파트너가 없는 이유는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미지근한 감정보다는 고통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여자들이 자기 발치수보다 조금 작은 구두를 사는 까닭도 저녁에 구두를 벗을 때 썰물처럼 고통이 사라지는

'행복'의 순간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는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은메달리스는 아깝게 놓친 금메달 생각에 속이

쓰리다. 동메달리스트는 표정이 밝다. 정말 한심한 선수는 4위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교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진다.  여성들이 패션잡지를 보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도 비교 때문이다.

 

   좌파들은 어딜 가나 우파들보다 우울한 기분으로 살아간다.  2008년 덴마크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비와른스코우가

70개국   9만명을 조사한 결과 좌파 성향을 지닌 사람일 수록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중 알코올농도가 정치적 신념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도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멀쩡한 정신일 땐 개혁을 주장

하던 사람도 혈중 알코올농도가 짙어지면 세상을 점점 더 좋게,  즉 보수적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되자 마자 베스트셀러가 됐고 올 상반기까지 120만부가 넘게 팔린 이책은 행복에 대한

상식을 깬다.  저자는 의사이자 코미디언이다. 이 '웃기는 의사'는  낙관론자용과 비관론자용으로 서문을 두개나

쓰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머러스하고 설득력이 있다. 모순이야말로 행복의 가장 흥미진진한 측면이라고

그는 말한다.  모순과 맞닥뜨릴 때 절망하지 않는 멋진 방법은 그냥 웃어버리는 것이다.

    '콜리지효과(Coolidge Effect)'라는 것이다.  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가 아내와 농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

이다.  그곳의 수탉이 하루에 열두 번이나 교미를 한다는 말에 놀라 영부인이  "내 남편에게도 전해주세요' 라고

농부에게 말했다.  잠시 후 그 말은 들은 대통령이 농부에게 물었다.  "매번 같은 암탉과 하나요?"

"아니요,  매번 다른 암탉과 합니다."  그러자 쿨리지 대통령이 말했다. ."  그 말을 내 아내에게도 전해 주세요."

 

  자의식이 강하고 경제적 자립도 이룬 여자들은 남자를 고를 때 돈보다는 스타일을 본다.  따라서 여자들이

부유해질수록 남자들은 더 매력적이어야 한다.  요즘 남자들이 몸매와 외모에 점점 더 신경을 쓰는 것은

허영심 때문이라고 생각 할 수만은 없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행복해지기를 바라면 바랄 수록 행복은 멀어진다.  불행은 습관, 탐욕, 비교를 통해서 온다.

동정심은 선물이지만 시기심은 자기 스스로 받는 벌이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고 오해, 우연, 행동, 여유 같은 것들과 함께 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구든 평생의 80%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사는 게 행복해진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산악인들도 정상에서 늘 최고로 고양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라인홀트 메스너는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을 묻자  "어떻게 다시 내려가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대답이었지만 어쩌면 그것이  진실에 가깝다.

 

   행운은 몸무게와 비슷하다.  유전적으로 물려 받은 것에 많은 양의 핑계가 덧붙여진다.

조금은 변경도 가능하다. 우리는 능력의 어떤 부분을 DNA로 물려받는다.  카드놀이를 할 때 주어진 패와 같다.

하지만  그 패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유전자가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달린 문제다.

"행복이란 우리의 기대를 관리하는 것이다"가  이책의 결론이다.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

 에카르트폰  히르슈하우젠 지음

 

                                                                                                                                [박돈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