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정호 상수리나무와 나팔꽃
2010.10.04 21:02
바지랑대 끝 더는 꼬일 것이 없어서 끝이다 끝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 보면 나팔꽃 줄기는 허공에 두 뼘은 더 자라서 꼬여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아침 구름 두어 점, 이슬 몇 방울 더 움직이는 바지랑대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덩굴손까지 흘러나와 허공을 감아쥐고 바지랑대를 찾고 있는 것이다. 이젠 포기하고 되돌아올 때도 되었거니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가냘픈 줄기에 두세 개의 종鐘까지 매어달고는 아침 하늘에다 은은한 종소리를 펴내고 있는 것이다. 이젠 더 꼬일 것이 없다고 생각되었을 때 우리의 아픔도 더 한 번 길게 꼬여서 푸른 종소리는 나는 법일까 `꽃시 그림집 공저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더 깊고 진한 가을 속으로 들어가는 상수리 허공 보다 높이 있는 분홍빛 가녀린 나팔꽃 물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사는 복받은 나무 꽃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