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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식(제174호)
마더 데레사 수녀님을 흔히 몽당연필에 비유합니다.
하느님의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쓰신 책「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를 읽다보면 주님과 친밀한 일치가 느껴집니다.
저는 마더 데레사처럼 ‘몽땅’ ‘전부’ 내 놓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어떤 일을 계획하다보면, 연륜이 깊어질수록 단순해지기보다
먼저 제 자(尺)를 쓰~윽 꺼내 얼마나 재고 판단하는지 시작하기도 전에 기운이 빠지고 맙니다.
연필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파엘로 코엘료의 글을 읽다보니까
연필의 다섯 가지 특징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특징은 장차 큰일을 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때 연필을 이끄는 손과 같은 존재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그 존재를 신이라고 부르는데 그분은 언제나 당신 뜻대로 인도 하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가끔 쓰던 걸 멈추고 연필을 깎아야 할 때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당장은 좀 아파도 심을 더 예리하게 쓰려면 고통을 견뎌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실수를 지울 수 있도록 지우개가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잘못된 걸 바로잡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옳은 길을 걷도록 이끌어 줍니다.

네 번째는 연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외피를 감싼 나무가 아니라 그 안에 든 심입니다.
그러니까 늘 마음 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연필은 항상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행하는 모든 일 역시 흔적을 남깁니다.
우리는 스스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늘 의식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는 이 다섯 단계를 보듬고 사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손에 자신을 내어 맡기며
그분이 이끄시는 대로, 쓰시는 대로, 비추어주시는 대로 걸어가셨습니다.
그 결과 가난한 자의 어머니란 큰 사랑의 흔적을 남기셨습니다.
「이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엔 그분 영성의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바오로딸 홈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