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2011년 사순절을 보내면서 금식기도회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기장 총회회관 앞에 금식기도처에 천막을 치고,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연속으로 기도하기로 하였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3월 9일(재의수요일)부터 4월 21일(세족목요일)까지 요일별로 정의(월-화), 평화(화-수), 생명(수-목), 교회(목-금)라는 주제를 정하고, 구체적으로 기도할 제목을 발표하였다.
정의 :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비정규직 노동자, 철거민, 이주 노동자) ▶천안함 진상규명을 위하여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위하여 평화 :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평화협정을 위하여 ▶굶주림으로 고통당하는 북녘 동표를 위하여 ▶세계 곳곳의 갈등과 폭력의 현장에 하나님의 평화가 이루어지기 위하여 생명 : ▶구제역으로 절망하는 농민들을 위하여 ▶구제역으로 살처분 당한 생명들을 위하여 ▶4대강 사업으로 고통당하는 온 생명을 위하여 교회 : ▶미자립교회의 자립을 위하여 ▶기장 교회의 개척과 성장을 위하여 ▶기장인 선교대회(5월 25-26일, 부산 기장체육관)를 위하여 3월 9일 오후 1시에 금식기도처 앞마당에서 ‘성회수요일 시작 기도회’를 하였다.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유정성 목사(부총회장)의 인도로 기도회를 시작하였다. 한기양 목사(총회 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는 애끓는 소리로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민족의 위기에 직면하여 드리는 우리의 눈물어린 간구를 들어주옵소서. 남과 북은 불신의 장벽을 다시금 높게 쌓아가고 있습니다.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고 지배하려고 하는 까닭에, 민족의 화해와 통일은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남북갈등을 방치한 저희의 나태함을 용서해 주옵소서. 사태를 온전히 살피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간 저희의 안일함을 용서하옵소서. 지금도 고통당하는 북녘 동포들을 외면한 무관심을 용서해 주옵소서. …… 하나님께서 만드신 이 세상 곳곳에 죽임의 문화가 판을 치며 모든 피조물들이 살 곳을 잃고 신음하며 생명의 질서는 무너지고 있습니다. 생명의 젖줄인 이 강토의 생명의 강을 맘몬의 우상에 사로잡힌 어리석음으로 파괴하고 있나이다. 주여, 저 죽임의 손길을 멈추게 하시고, 생명의 강이 창조질서대로 흐르게 하심으로 온 생명이 살아나게 하옵소서. 또한 저희들의 식생활에도 절제가 있게 하셔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알게 하옵소서. 구제역으로 매몰된 수많은 가축들의 울음소리를 뼈아프게 기억합니다.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슬픔에 잠긴 축산농민들의 눈물이 저희들의 눈물이 되게 하셔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 영성을 키워갈 수 있게 하옵소서. …… 목회와 선교의 현장마다 말씀이 온전히 선포되게 하시고, 함께하시어 생명의 복음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나게 하옵소서. 날마다 주의 백성이 더하여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게 하는 귀한 사역에 크게 쓰임 받게 하옵소서. 특히 개척선교의 현장에서, 피폐해 가는 농촌교회 현장에서, 열악한 사정으로 미자립 상태에서 고군분투하는 각 교회 현장에서 주님의 몸 된 공동체를 세워가는 주의 종들을 특별히 사랑하셔서 지치지 않게 하시고, 성령께서 동행하심으로 위로해 주셔서, 바울과 같이 승리하게 하옵소서. 어떤 유혹 속에서도 주님 바라보며 밀알이 되게 하옵소서.”
김종성 목사(총회장)는 목회서신과 말씀선포를 통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안타까운 일들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간절히 기도할 때임을 강조하였다.
“오늘 한국 교회는 하나님을 모실 자리에 물질과 명예, 인간의 욕심으로 대치시킨 지 오래되었고, 신자본주의의 세례를 받아 부흥과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무한성장과 팽창주의 선교를 서슴지 않고 행하며, 국민과의 소통과 대화를 거부하고 생명을 무시하며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만가뜨리는 권력에 편승하여 부끄럽게도 비신앙적인 믿음의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 이러한 상황에서 어찌 우리가 기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늘의 뜻이 이 땅에 이루기 위하여 애쓰며 선한 주님의 청지기로서 맡은 사명을 감당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지 못한 우리의 죄를 자복하며 무릎 꿇고 기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도회를 마치면서 첫날 기도자인 배태진 목사(총회 총무)는 인사말에서 “우리의 현실에 만연한 죄와 악에 대하여 방관했던 죄를 참회하고, 예수님의 정신과 하나님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다짐하였다. 총회장 김종성 목사로부터 가운과 스톨을 받은 배태진 목사는 금식기도처로 들어가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2011년 기장인 사순절 금식기도회 목회서신
성찰하는 교회, 성숙한 선교
“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 또 주린 자에게 네 양식을 나누어 주며 유리하는 빈민을 집에 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며 또 네 골육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아니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네 빛이 새벽 같이 비칠 것이며 네 치유가 급속할 것이며 네 공의가 네 앞에 행하고 여호와의 영광이 네 뒤에 호위하리니, 네가 부를 때에는 나 여호와가 응답하겠고 네가 부르짖을 때에는 내가 여기 있다 하리라.”(이사야 58:6-9) 정의와 평화, 생명의 주인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평강이 2011년 사순절을 맞이하여 주님의 십자가 고난을 깊이 묵상하며, 오늘 이 시대 삶의 구체적인 자리에서 동참하며 살아가고 있는 1,600 기장교회와 35만 기장 성도들 위에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 교회의 위기를 말합니다.
오늘 한국 교회는 하나님을 모실 자리에 물질과 명예, 인간의 욕심으로 대치시킨 지 오래되었고, 신자본주의의 세례를 받아 부흥과 성장이라는 미명하에 무한성장과 팽창주의 선교를 서슴지 않고 행하며, 국민과의 소통과 대화를 거부하고 생명을 무시하며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만가뜨리는 권력에 편승하여 부끄럽게도 비신앙적인 믿음의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한국 교회를 향하여 세상은 바로 우리에게 묻습니다.
한국 교회에 구원이 있는가? 기장교회가 과연 한국교회를 변화시킬 수 있느냐? 하고 말입니다. 어찌 이 물음이 세상 사람들의 물음이겠습니까? 사순절기에 십자가 위에서 고난받으시며 우리를 향하여 애타게 물으시는 주님의 물음은 아닐까요?
우리 사회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많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생명경시의 풍조는 우리에게 구제역이란 재앙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소와 돼지가 살처분되고 아름다운 이 강산은 소중한 생명의 피를 다 담아내지 못하여 토해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아프고 힘든 절규가 끊임없이 쏟아지지만 언론은 권력의 시녀가 되어 침묵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자기 입맛에 맞는 권력을 창출하는 힘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남과 북은 그 어느 때보다 전쟁의 기운이 고조되어 있고, 북한의 굶주린 동포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옵니다. 바로 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협정 체결,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북녘 동포, 사회적 약자들(비정규직 노동자, 철거민, 이주 노동자, 농민 등), 정치의 민주화와 사회적 정의 실현, 이러한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할 교회의 개척과 자립을 위해서 기장의 모든 교회와 선도가 주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함께 기도할 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찌 우리가 기도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늘의 뜻이 이 땅에 이루기 위하여 애쓰며 선한 주님의 청지기로서 맡은 사명을 감당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지 못한 우리의 죄를 자복하며 무릎 꿇고 기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죄와 사망의 일들로 가득한 이 사회의 개혁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칠흑 같은 이 어둠을 뚫고 진리의 빛 정의의 빛 평화의 빛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기장에 속한 모든 교회, 모든 믿음의 식구들이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라는 주님의 기도를 이어받아 오늘 우리의 살아 있는 기도로 성육신 시키는 사건이 우리 안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오늘 우리의 현실에 존재하는 고난을 끌어안음으로써 한국교회, 특히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세상에 희망을 보여주기 위하여 ‘기장인 사순절 금식기도회’를 시작하려 합니다.
성서에서 40이라는 숫자는 광야라는 공간과 거의 짝이 되어 나타납니다. 히브리 노예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훈련받고 새롭게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광야 생활 40년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40이라는 숫자와 광야는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시련의 시간과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는 하나님과의 언약을 새롭게 하기 위해 돌아가야 할 교육의 때와 장소이며, 이스라엘의 죄악으로 멀어졌던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다시금 가까워지기 위한 계기와 기회입니다
우리 기장의 모든 교회와 성도들이 함께, 히브리 백성이 광야에서 그랬던 것처럼 천막에서 기도하려 합니다. 기도와 성찰을 통하여 하나님께로부터 우리가 받은 사명을 새롭게 하고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거듭날 때에,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품고 고난받는 모든 사람과 생명들에게 다가가서 예수님을 복음을 당당하게 선포할 수 있습니다. 기장의 모든 성도가 한 마음 기도하면서 자기를 성찰하고, “생명, 평화, 정의, 미자립 교회와 개척선교”를 위하여 뜻을 모을 때에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습니다. 교회 사정과 형편을 고려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모든 정성을 모아 이번 기도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생명을 선언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평화가 정의가 입을 맞추며 다가오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자기를 성찰하며 다짐하는 이들에게 성령께서 새로운 사명과 선교적 열정을 부어주실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기도하고 이 땅에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행동할 때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부활절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1년 3월 9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김종성 목사 |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