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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사허(歸信寺墟)  




  가을 풀 가득한 곳 석양 중에 와보니


홀로선 빈산에서 생각은 끝없어라


탑은 무너져 꽃도 없는 곳에 단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부서진 비석 위에는 들풀이 엉켜 있네


얼마간의 성패야 흘러가는 물 같은 것


옛날에도 관하에서 기러기를 날려 보내지 않았나


세상의 흥망은 모두 이와 같을 까


기다리지 못하고 천공에게 물어보네


김시습(金時習 1435-1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