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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편지 / 편 견

2011.08.02 23:25

물님 조회 수:12218

 

 

가온의 편지 / 편 견

 

 

86세의 고령에다가 치매증세도 있는 노인이

우리 예수마을 가족이 되었습니다.

슬하에 다섯 남매를 두었다는 노인은 해가 질 때쯤이면

문득 “다들 워디를 갔냐아~”하면서 울먹이십니다.

이러한 노인의 모습은 머리에 둘러썼던 씨망까지

솜털이 되어 모두 날려 보내고 난

앙상한 민들레와도 같습니다.

취사능력이 없는 노인은 우리와 함께 식사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면서도 노인시설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묻는 이가 없어도 종일 자식에 대해서

욕과 자랑을 번갈라 해대는 노인은

가끔씩 길 잃은 노인처럼 근처 지구대를 찾아가

아들을 호출해서 밤중에라도

아들 손에 이끌려 돌아오곤 합니다.

시대도 많이 달라졌고,

노인의 뜻대로 살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고집을 부리는 노인의 모습은

보는 이마저 안타깝게 합니다.

이 노인처럼 시설에 대한 편견뿐만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생각 속에는 살아오면서 갖게 된

고정관념들로 인한 편견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난이나, 장애인이나,

저학력 층에 한 편견들도 한번쯤 뒤집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1960년대에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그린스보로 시에서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흑인대학생들이

백인전용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려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 때, 그들은 자신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나이든 한 백인 여인의 눈길을 느꼈으며

그들은 그 백인 여인이 자신들에 대해

좋지 않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분 후 그 백인 여인은 그들에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습니다.

“난 학생들의 그 도전 정신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꼭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거리를 나섰을 때 우리를 바라보는 이들이

모두 좋지 않은 생각으로만 보고 있다고 여기는 것

또한 우리의 편견이지요.

‘우리가 이제부터는 아무사람도

육체대로 알지 아니하노라’(고후5:16)는

우리가 먼저 새겨야 할 말씀입니다.

결혼 전에는 말쑥하던 사람이

결혼한 후로 텁수룩해진 남편과

어느 날 외출을 하면서

“내가 건강한 여자였더라도 당신이

그런 옷차림으로 나가겠느냐?”고

가시 돋힌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편견이 없는 남편에게

성숙하지 못한 내 인격이 보여준

부끄러운 자격지심이었지요.

이 여름, 몸에 달라붙은 먼지와 땀을 씻어내듯이

살아가면서 우리 의식 속에 달라붙은

모든 얼룩들을 씻어낼 수는 없을까요.

혼탁한 세상에서 자기 나름대로의 빛깔로

새록새록 피어나는 꽃들처럼

초연하고 청초하게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폭우를 동반했던 여름도 이제는

매미소리와 함께 지쳐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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