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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마을[8.14]

2011.08.16 20:08

구인회 조회 수:3749

진달래814.jpg

 

 

                                                                                                                                    

                 

                           하늘에서 내려온 불

 

 

  소크라테스는 그 자신을 아테네 사람들을 괴롭히는 쇠파리.

  게으른 사고와 지적 자만에 빠진 사람들을 눈 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무지를 일깨우고 진아 眞我를 찾도록

  '너는 누구인가?' 쇠파리처럼 끊임 없이 쏴대고 물어뜯었습니다.

  공자는 온갖 고난과 비운을 뚫고 오십대 중반 노나라 대사구와

  대리시중 자리에 올랐지만 벼슬을 버리고 정신적인 문둥병에

  걸린 세상을 구하고자 장장 14년 동안 중국 곳곳을 누볐습니다.

  붓다는 왕이고 돈이고 다 집어치우고 가출하여 생노병사와 영원한

  윤회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외로움과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 속에서

  열반에 이를 수 있는 참된 지혜를 깨달았습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려고 왔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나는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투사같은 예수님의 말씀속에는 정의의 불기둥이 이글거리고

  이 시대를 향한 그분의 진노와 노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성인들은 한결같이 어두워가는 시대의 하늘밑에서,

  암흑과 위험 속으로 사정없이 돌진하는 자살폭탄이었고,  

  이분들이 존재의 십자가에서 폭발하였을때 시대와 이념의

  패러다임은 파괴되고 그 불기둥과 구름기둥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지구 전역으로 불과 구름처럼 번져갔습니다.

  이분들이 권력을 가지거나 군사력이나 돈을 가진 것도 아닌데

  시대와 역사를 뒤흔드는 이런 파괴력은 어디에서 나온걸까요?

  말씀을 상고해보건데, 이는 '평정' 즉 '고요함'에서 비롯됩니다.

  그 옛날 물님은 '인간이 평정을 해치면서까지 해야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여러번에 걸쳐 피력하신 바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쉽게 무너지고 흔들리고 뒤틀리는 삶을 돌이켜 볼 때

  인간으로서 평정을 찾는 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모릅니다.

  그래서 옛 선인들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평상심시도 平常心是道' 평상심이 길이다

  평상심이 깨달음이요 붓다요 그리스도라 언명하셨습니다.

  더구나 이분들은 한결같이 평상심을 찾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그친게 아니라 몸과 맘, 영혼 깊숙이 평상심으로 사셨습니다.

 

  예수님은 광야로 들어가고 틈만 있으면 산에 오르셔서

  하나님과 하나되고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기도에 듭니다.

  붓다 역시 광야로 나가 온갖 어려움을 겪고나서 붓다가야

  보리수 나무 밑 존재가 무요 공이요 연기인 곳에 머물게 됩니다.

  공자는 패배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거슬러 거슬리지도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천명의 자리에 임합니다.

  죽음 앞에 선  소크라테스는 "사람은 경건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떠나야 한다."스스로 진리와 영원한 고요 속에 듭니다.

  예수님의 평상심, 붓다의 무상심, 공자의 부동심

  소크라테스의 중정심, 한마디로 '고요함'이야말로

  한 인간의 삶을 치열하고 여한 없이 살게 하는 원동력이었으며,

  어느 누구도 꺾을 수 없는 힘과 자비와 자유의 원천이었습니다.

 

  새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재미를 못느끼는 물님은 역시나

  나와 당신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생소한 화두를 던집니다.

 "나는 부드러운가

  나는 가벼운가

  내게서 어떤 빛이 나는가

  나는 고요한가"

  부드러움의 건강, 가벼움의 행복, 깨달음의 고요함

  한 세월 질척거리는 역사의 질곡에서 몸부림친 투사요

  물불안가리고 무엇이라도 확 태워버릴 불꽃, 강렬한 불덩이가

  어느새 부드럽고 가볍고 빛을 머금은 고요한 재되어 

 "덕분에, 덕분이라니...!"

  생명을 주는 신의 생명 덕분에 모두가 존재하는 거라 하더라도

  이런 낯간지럽고 익숙치 않은 용어를 평생 쓰실 지 몰랐습니다.

  눈짓, 표정 하나, 이심전심으로 오가고 알아차리면 그만.

  착하게 살 필요 없으니 독해지고 뻣뻣해지고 잔인해지고

  굳이 표현하지 않으니 얼마나 간단하고 편안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덕분에' 란 용어는 사실 괴로움을 안겨 주는 말씀.

  그리고 상대방에게는 아프고 쓰린 말이고요.

 '덕분에'는 공을 차다가 골문 앞에서 내가 슛을 하는 게 아니라

  골잡이에게 공을 어시스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덕분에 골잉을 넣고 너 나 할 것없이 서로 기뻐합니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말씀이지요.

 

  정말 불이 어느새 물이되어 버린 건가요?

  진짜루, 물에 대한 소망을 이뤄가고 있는 걸까요?

  그러나 인간은 하늘에 내려온 불, 뜨거운 불이기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으로 타올랐다가 다시 저 대지의 물방울로

  쏟아져 내리게 되고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 아닌지요?

  인간이 원래 불이었으니, 수승화강 水昇火降

  끝내 불은 땅에 내려오고 물은 하늘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운명

  그래서 유전하는 우주의 섭리 속에 천화동인 天火同人

  물이 불이 되고 불이 물이 되는 가온의 자리를 향하고

  저 우주의 고요함 속에 들어서려는 님의 염원과 자유와 해탈을

  기원하고 성원하는 게 인연이요 은혜일 겁니다.   

 

  박노해 님이 형집행정지로 풀려나셨을 때 우리 진달래교회에서

  출소 기념 축하행사가 있었습니다. 오랜 세월 감옥 속에서

  모진 고초를 다 겪으셨는데, 저는 뜻밖의 질문에 놀랐습니다.

  이 세상이 여전히 비민주적이고 불공평하고 혼탁한데

  노동운동의 지도자로서 감옥에 계속 있을 것이지 

  왜 전향하고 비굴하게 나왔냐는 겁니다. 

  저는 그분의 대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폭포를 만나면 폭포처럼 흐르고

  호수를 만나면 호수 같이 흘러야 한다"고요.

  그리고 이제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 하셨습니다.

  박노해님도 사람같이 살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한 사람인데

  그를 끝까지 투사요 전사, 싸움꾼으로 감옥소에 처박고 싶은

  잔인한 마음이 인간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 허무한 뿌리의 끝까지 태워버릴 불이어야지

   피투성이 호흡으로 일어나는 심지가 되어 불 밝혀야지."

  저도 마찬가지 물님의 형상은 세상을 다 태워버릴 불이요 투사요

  예언자였습니다. 아니 그처럼 살다 꼬꾸라지기를 바랬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처럼

  불사조가 되어 거센 불길을 통과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숨속에 고요함 속에 가벼움 속에 근원 속으로 들어갑니다.

  위태롭고 참혹한 알껍질을 깨고 진짜 나비가 되어버린 겁니다.

  뭇 성인들이 불 속에 들어 불이 되었다가 불기가 빠지고

  다 물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 역시 내가 나 된자리

 

  'I AM'  

 

  깊은 평상심에 듭니다.

  자비와 은혜 속으로 들어갑니다.

  '병화' 평화의 이름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는 들림을 받아 안개처럼 무無로 돌아가 버립니다.

                       

 

                                            's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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