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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詩人의 날

2011.08.24 20:44

구인회 조회 수:3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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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詩人의 날

 

 

  시인의 날, 11.11은 빼빼로데이 11.1을 시인의 날이라 부릅니다.

  광주 비엔날레에서는 고은 시인의 날이라 정하기도 했지요.

  불재에도 시인의 날이 있습니다. 날짜에 상관 없이 해마다

  이 맘때면 전국 각지에서 시선詩仙들이 한해 동안 거둔 시를

  산만큼 싣고 이 산에 올라 시짐을 퍼 놓습니다.

  쌓인 시를 보면 볼수록 참 장관이요 절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복詩福이 다 시인을 선생으로 둔 덕이지요.

  이날 만큼은 시로 목욕을 하고 마음껏 시를 먹고 마십니다.

  

  지난 번에는 저마다 개성있는 십 여분의 시인들이 오셔서 꿈같은

  시세계를 보이셨는데, 이번에는 물님을 포함 다섯분의 시인이

  참여하셨습니다. 다수가 교직에 계신터라 이번 행사에는 몇 분

  안 오셨다는 배명식 시인협회장님의 설명이 있으셨습니다.

  시인 대신 저와 성소님 사랑이가 그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언제나 님 오시면 정성껏 모시는 물님의 손님맞이는

  남다른 점이 있습니다. 깊이 감춰뒀던 사또 와인 두병 꺼내 놓고

  곰삭은 치즈 덩어리에다 포도송이도 쟁반에 넘칩니다. 

  말 그대로 좋은건 다 꺼내놓는 것이죠. 뭐하나 아끼는 법이 없어요.

  자로 재거나 이것 저것 계산하는 법도 없이 왕창 다 드리는 겁니다.

 

  불재의 밤은 깊어가고 밤을 재우는 시인의 장이 펼쳐집니다. 

  돈 맥클린의 빈센트 반 고흐가 시인의 날을 셋팅합니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재주가 금강산을 닮은 

  배명식 시인의  '그리운 금강산'이 경각의 혼을 불러 일으키고

  그리움의 저 봉우리를 두리둥실 넘어 갑니다.

  박상규의 '조약돌'을 부를 때면 모두 다 같이 고요한 강물이 됩니다. 

  그분의 시는 이 강물에 조약돌 같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어머니의 옥비녀를 닮은

  무등산에 걸린 구름이 그리우면

  남산이나 우면산에 오르고

  드들강이나 극락강이 몹시 보고 싶으면

  인천 앞바다나 동해로 달려가지만

  마음이 채워지지 않은 것은

  더 큰 고향의 뿌리가 일어설까

  그 뿌리의 흔들림에

  내 현존의 등불도 깜뻑이는가  -배명식 '고향가는 길은' 中

   

  화답으로 사랑이의 뮤지컬 켓츠의 무대가 꿈의 날개를 폅니다.

  어느 무대에나 스스럼 없이 서서 자신을 부르는 그녀는

  언젠가 무대나 사람 앞에 사랑으로 담대하게 다가설 겁니다.

 

  70이 넘어서도 소녀같은 시를 쓰시는 바울선신사 김사철 시인

  '나이들면서 더욱 사랑하게 된다' 존재와 말씀이 다 사랑인

  시인의 맑고 따뜻한 시에는 사랑 앞에 선 인간 서정을 느껴봅니다.

  한 세월 400여권이나 되는 책을 출간하시고, 이제는 시인으로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잔잔한 그 분의 모습에서 세상 앞에 넉넉한

  시인의 사랑과 연륜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실바람 불어도 흔들리고

  실비가 내려도 몸짓하는

  가녀린 들꽃 한송이

  환한 햇빛 받으면

  가만히 웃음 짓고

  조용한 달빛 받으면

  그리움에 쌓이는

  목이 긴 들꽃 한 송이   - 김사철 '들꽃한송이' 中

 

  김창규 시인은 시는 쉬워야 한다, 쉽게 풀어 쓰는 시가   

  좋은시라며 나름 무르익은 시학詩學을 풀어 놓으십니다.

  그저 시가 시가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의 행렬을 통해서

  행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시가 됨을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백만평, 천만평 되는 생각과 경험을 한뼘의 종이 위에

  뿌리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김창규 시인의 시는 쉬우면서도 느낌이 좋습니다.

 

  꽃도 사람처럼 사랑을 한다

  사람은 꽃을 좋아하고

  꽃도 사랑을 느낄 줄 안다.

  하루라도 안보면 눈이 아프다

 

  꽃과 함께 맞이하는 저녁

  누이의 분 냄새나는 꽃이 피었다

  꽃과 함께 별이 떴다

  한결같이 울타리 옆에 피어 있다 - 김창규 '꽃을 안보면 中

 

  물님은 김기동시인의 말씀을 들어 특유의 시 훈수를 두셨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그냥 사는 게 아니고 까불고 살아야 한다."

  시인은 막 까불고 살아야 한다고요.

  이 말씀이 맘대로 아무케나 살라는 뜻이겠습니까?

  주저하거나 웅크리지 말고 여한 없이 살라는 뜻이겠지요.

 

  돌이켜보니 오랜 세월 물님과 같이한 인연도 어쩜 그분의

  치열함과 치열함을 거침 없이 노래 부른 그분의 시詩에서

  출발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젊은 날 물님과 님의 시는

  젊은 영혼과 양심을 관통하고 불사르고 말았으니까요.

 

  제 젊은 영혼에 불지핀 시 중에 하나가 우리 진달래교회의

  모태가 된 유영모 선생의 '진달래'란 시요,   

  다른 하나는 젊은 날 불붙은 물님의 '갈보리의 노래'

  오래전 이 시가 제 영혼을 두들겨 팼고, 세월과 인연을 잇는

  영혼의 가교가 되었으며, 은하가 돌고 태양이 돌고 지구가 돌듯이

  지금도 제가 팽이처럼 지금 여기에서 빙빙 도는 이유랍니다.

  이 시를 님들께 낭송합니다.

 

  나는 그대의 피

  그대 살의 그리움 하나로 배부르다

  눈 한번 떳다 감아도 쳐들어 오는

  유혹의 조수를 따라

  반구의 끝을 달려 봐도

  넘나들지 못하는 물살에 젖어

  혼수에 잠이나 짊어지고 걸어가는

  내 젊은 생애의 종점

  그대의 눈빛은 이승의 손가락 끝

  불을 밝힌다

  그래 불이어야지     -이병창 '갈보리의 노래' 中

 

  불재에서 연 시인의 날,

  물님은 "아름다움도 지나치면 눈물나는 법" 이라고 했던가.

  시선 詩仙들이 아낌 없이 퍼부어 주는

  시벼락에 영혼이 정화되고 감긴 눈이 떠집니다. 

  시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시를 통해서 본 세상은 아프고 또 아름답기만 합니다. 

                        

 

                                            's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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