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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마을['11.9.18]

2011.09.23 16:22

구인회 조회 수: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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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릇이 되기까지

 

 

   구월 중순이 되면 불재에는 어김 없이 가을 불꽃이 핍니다.

   가장 붉디 붉은 상사화, 이름하여 꽃무릇, 석산이 핍니다.

   선운산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핀 상사화가 아름답다는데

   어느 산천의 상사화도 꽃치고 아름답지 않을 리 없지만

   불재의 마지막 상사화, 꽃무릇도 기막히게 아름답습니다.

 

   여러 상사화 중에 가장 늦게 피고 저 홀로 저무는 꽃무릇.

   다른 상사화들은 매서운 겨울에 놀라 깊은 숙면에 드는데

   유독 이 석산 상사화만이 푸른 이파리를 치렁치렁 드리우고

   뜬 눈으로 그 불재의 엄동설한 嚴冬雪寒을 견뎌내더니

   생사즉열반 生死卽涅槃 번뇌즉보리 煩惱卽菩提

   자신을 이기고 끝내 사랑에 듭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모든 것을 견뎌내며...! 

    모진 추위에도 불평불만 없이 감사함으로 번뇌를 이긴 꽃무릇

   꽃중에 가장 붉은 사랑의 상사화로 일어나 여기 불재에서

   저 우주 너머로 그 뜨겁고 아프고 장렬한 사랑을

   사정 없이 분출하고야 맙니다.

 

   이렇게 한낱 애처로운 상사화도 자신이 되고

   하늘의 섭리안에서 사랑의 꽃을 피우고저 온 힘을 기울이는데,

   사람은 일순간의 유혹과 욕망, 불평에 꿈과 자유와 소명을

   잃어버리고 자꾸 뒤를 돌아보거나 나락으로 떨어져

   파멸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물님의 말씀을 통해서 들여다 본 하느님의 사람 모세 역시

   비참한 암흙상태에 버려진 히브리인들은 구원하고자

   부르시고 한 민족의 구원의 대리인으로 삼으신 하느님의

   준엄한 명령을 따라 애굽에서 히브리 노예들을 이끌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향해 탈출을 감행하지만,

   애굽 군대의 추격과 백성들의 지독한 불평불만 때문에

   엥간혀선 흔들지지 않던 그의 감정이 폭발하게 됩니다. 

   결국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넘어선 노여움과 불안으로

   모세마저 하느님 앞에서 띵깡을 놓고 불만을 표출하게 되지요.

 

  "주님, 이 모든 백성을 제가 전부 낳기라도 하였습니까?

   혼자서 이 백성을 다 책임지려 하니 그저 아득할 따름입니다."

   얼마나 승질이 났던지 정녕 이렇게 하시려면 차라리 제 목숨을

   가져가 달라고 청원까지 합니다. 사람이 다 그런거 같습니다.

   그 누구든 내면에 세상을 터뜨릴 폭발물을 안고 살아갑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 폭탄의 뇌관에 불이 붙기라도 하면

   순식간 확 터져 버립니다. 결국 이 폭탄에 의해 타인도 태우고

   연쇄반응으로 자신도 송두리째 꼬실라져 버리게 되지요. 

 

   물님은 "사람이 기억해야 될 것은 망각하고 망각해야 할 것은

   잃어버린다." 일상생활 속에서 불평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인간이 하느님이 섭리하시는 성스러운 길을

   잃어버리고 불평불만을 일삼다가 징벌을 받은 과거의 사례를

   지적하시면서 다름 아닌 신앙 속에서의 불평은 하느님에 대한

   범죄요 반역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불평불만은 고귀한 의식을 등한시 하고 새로운 의식을

   받아드리지 않으므로 의식이 부패되어 생기는 현상으로서

   이것은 썩어가는 의식속에서 도출된다고 통찰하셨습니다.

   

   정말로 그런 것 같아요. 알게 모르게 던지는 불평은 그 사람과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히고 시커멓게 태워버릴 때가 있습니다. 

   이 불평에 모세도 진노했고 하느님도 노여워 하셨습니다.

   우리가 함부로 던지는 불평이 어느 누구의 뇌관을 건드려

   그와 나를 어떻게 폭발시킬지 한 번 쯤은 눈여겨 볼 일입니다.

  

   즉사이진 卽死以眞 ㅡ

   눈 감으면 어둠이요 눈 뜨면 그대로 천국이라더니

   한 번 크게 죽어서 산 구월 불재의 석산 꽃무릇 

   그 꽃은 제 몸이 이파리이고 꽃인 것을 먼저 알았던 것인지

   우주를 걸으시는 하느님의 길을 비추는 연약한 촛불처럼

   새로운 길 고귀한 길, 성스러운 길을 가고자 문 두드리는

   눈 맑은 데카그램 구도자들을 향해 노을빛 등불을 밝힙니다.

                         

 

                                            's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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