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언니 - 말
2011.09.27 15:54
어제만난 언니와 나눈 이야기가 밤을 통과해 아침까지 나를 일으켜세워,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앉았습니다. 커피믹스.
그 언니, 추석 전에 함께 차를 마시며 자신은 남편에게 한 번도 화를 내 본적이 없노라며
살아온 이야기를 몇 구절 해주셨지요.
그랬구나 언니 그런데 언니 속으로 늘 화내고 계셨던 것 같아요 했습니다.
그 순간 잠시 흔들리는 언니의 표정이있었습니다.
추석이 지나갔고, 그 언니와 다시 만났습니다.
그리고 언니는 말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 너의 이야기를 듣고, 스승5편 읽고
어느 한 순간부터 남편에 대한 모든 에고가 사라졌다.
그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나는 그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되었다.
내가 그를 만나 아내로 살아온 27년.
그에게 무엇을 해주었나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그저 아내라는 자리에 앉아서
남들이 예쁘다고 말해주는 이 얼굴로 아이들 둘 키우고 시부모님께 인정받으며
착실하게 있으면 내가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인줄 알았다.
15년 이상을 부산과 인천으로 떨어져 살고 있고, 그가 그곳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알수
없으며 최근 몇 년 간은 생활비도 잘 보내주지 못하고있는 그를 나는 원망하지 않고
내 나름의 일을 하며 아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알았다.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것을
나를 바라보는 그가 얼마나 무거웠을까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애교를 부려본 적도 없고, 사랑을 줘 본 적도 없었다.
나는 무겁고 어둡고 가라앉은 커다란 휴화산이었다...
추석날 오랜만에 집으로 온 남편,
술취해 밤늦게 들어오는 그이를 처음으로 개운한 마음으로 맞이했다.
그로
존재로...
왜 이제 오느냐, 명절인데 가족들이랑 좀 더 있지 친구부터 만나고 오느냐..는등의
어떠한 마음 속 칭얼거림도 없었다.
명절이 지나고 남편은 다시 사업차 인천으로 돌아갔다. 그 날 이후부터
매일, 매 순간 잊지 않기위해 그를 향한 내 마음을 불러낸다.
그리고 그 마음 그대로 문자를 보낸다.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늘 그리운 당신에게...' 라고 찍어 보내고 나서 내 가슴이 시원해 짐을 느꼈다.
그래... 나는 그가 늘 그리웠었다. 그것을 이제 내가 알게되었고 알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무엇인가. 이 작고 새로운 싹, 이것이 과연 무엇일까...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나 역시 한껏 고무되었다.
그 세계.
나와 너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를 요람으로 태어나는 신의 말.
그런 말을 하고 그 세계를 누리며 살고싶다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대부분 그런 진정의 말들이길 소망한다며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돌아왔다.
하늘이 뽀드득 닦인 접시처럼 반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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