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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9.25]-"야곱아 네가 이겼다"

2011.09.29 21:16

구인회 조회 수:4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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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곱아 네가 이겼다"

 

 

  인간이 인간을 해치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적 경쟁의 원리가

  판치는 세태 속에서 정직하게 밥 먹고 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살아 남기 위해서 다른 사람 앞에서 못되게 굴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기도 합니다. 더구나 약자는 강자 앞에서

  비굴해지거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참으로 인간으로서 비참하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인간의 예정된 비참을 애석해서일까? 성서는 이스라엘의 여러

  조상중에 연약하고 비굴했던 한 인물을 집중 조명하고 있으며,

  그 사람을 통해서 한 인간과 민족의 구원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은 성서의 여러 인물 중 어찌 보면 가장 못 마땅한

  인물임에 틀림 없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다름 아닌 그로 인하여

  한 민족이 엄청난 축복을 받는 기적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지요.

 

  짐작하시겠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약탈자라는 뜻의 '야곱'

  특별히 고재호 목사님 말씀을 통해서 밝혀지는 야곱이야기는

  참 알다고도 모를 하느님의 신비와 의미 앞에 다가서게 됩니다.

  고목사님은 단언컨데 째째하고 구절구절한 야곱 보다 팔뚝에 

  털이 나고 대범하고 통큰 에서가 훨씬 멋지지 않냐고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에서가 야곱보다

  뭘로보나 훨 더 멋져 보이고 힘센 사냥꾼에다가 팥죽 한그릇에

  장자권이고 뭐고 달라는 대로 다 줘버리는 그가 더 사내답고

  근사해 보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은 이렇게 멋진 에서를 골라

  쓰신 게 아니라 아니라 하필 찌질이 야곱을 선택하셨고 진짜

  별 볼일 없는 야곱을 택하신 그분뜻이 기막히다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힘세고 잘 난 사람만 뽑아 쓰신다면 나 같이 힘없고

  비리비리한 사람은 뭐가 되겠느냐고요?

 

  이렇게 속임수하면 한가닥하는 야곱의 삐딱 성격을 생각할 때

  그가 속임수의 달인으로 큰 부자가 되거나 성공가도를 달릴 법

  한데 야곱은 남들이 부러울 만큼 잘 되거나 성공하지 못합니다. 

  되려 천하의 야곱, 더 까탈스럽고 삐뚤어진 삼촌라반의 꼬임에  

  말려 들어 한 이십년간 그 집에서 종살이나 다름 없이 삽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더니 야곱은 이 기간  삼촌과 속임수

  싸음에 각축전을 벌이며 거짓과 온갖 속임을 당하며 살아갑니다.

  생각컨데 야곱에게 욕심쟁이 징글징글한 삼촌 라반이 아니라

  착한 사람이 붙었더라면 야곱이 그렇게 바꿔질 수 있었을까요?

  하느님의 계획으로 야곱에게 라반이 붙여진 것이고 이 라반을

  통해서 야곱은 고통스럽고 힘든 사람되는 훈련을 받게 된 것이죠.

  어쩜 야곱이 이 독한 훈련에 진저리를 내고 도망치지 않은 것만

  하더라도 이면에 깃든 그 존재의 탁월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편 다 아는 얘기지만 야곱은 아버지를 뵙기 위하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결정을 하고 고향 가는 길에 들어섭니다.

  그런데 그가 감쪽같이 속였던 에서형이 사백명이나 되는 군사를

  이끌고 그를 맞으러 온다고 합니다. 야곱은 죄의식과 두려움에

  어쩔줄 몰라 하지요. 혹 그 옛날 사기사건으로 그를 쳐 죽이지는

  않을지 밀려오는 공포에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그리고 변함 없이 술수를 써 가축떼를 먼저 보내게 됩니다.

  한편 아무리 서운한 일이 있더라도 동생이 돌아오는 길인데

  에서는 뭣땜시 그 많은 군사를 이끌고 동생을 맞으러 왔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 갑니다. 그러나 곧 의문이 풀리게 되지요.

  혹 꼼수가 뛰어난 동생이 군사를 이끌고 자기 땅을 넘보고

  이름대로 약탈하려는 것은 아닌지 다시는 속지 않으려는 에서가

  오히려 더 놀라고 두려운 마음에 그런 행동을 보인건 아닐런지요.

 

  하여튼 이제 둘은 다시 소름끼치는 외나무다리에서 서게 됩니다.

 "야곱은 홀로 남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강한 씨름꾼, 야곱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하느님과 레슬링을

  합니다. 제 힘과 속임수만을 믿고 저항해 온 야곱이 일생 일대의

  큰 싸움을 벌입니다. 이번에도 이길 수 있으리라고 마음 먹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고  급기야 환도뼈가

  부러지는 병신이 되고 말지요. 그러더라도 뼈대가 부러질 정도로

  악착같이 붙들고 늘어지는 그 근성 하나만큼은 높이 살만 합니다.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않으면 못가게 하겠나이다." 

  여기서 환도뼈가 부러진 것은 자신의 에고가 부러지고 대신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드리고 진정 하느님의 사람이

  된 걸 뜻합니다.  '하느님을 본 자는 죽으리라'라는 말과 같이

  야곱은 하느님을 본 순간부터 그의 과거의 삶은 죽고 하느님이

  함께 동행하시는 가운데 새로운 삶을 향해 출발하게 됩니다.

  나아가 이 전승은 하느님은 절대 사람을 저버리는 분이 아니며

  야곱 혼자가 아닌 하느님과 함께 그분의 다스림을 받는다는

  놀라운 축복을 담고 있습니다.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사람으로 더불어 겨루어 이겼음이라."

  야곱은 철저하게 뼈가 부러질정도로 하느님 앞에서 참패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아이와 팔씨름을 하면서 일부러

  져주고 "우리 아기 이겼네!" 하는 것처럼 하느님께서도 마치

  아이와 씨름하는 것 인양  "야곱아 네가 이겼다"고 하십니다.

  이건 하느님의 훈련과 시험에서 드디어 합격했다는 선언입니다.

 

  참, 여기서 말하는 씨름이 무슨 진짜 몸과 몸이 부디치는 씨름을

  말하는 것이 아닌지는 다 아실테지요.

  물님의 말씀에 의하면 여기서 씨름은 흙먼지를 일으킬 정도로

  하느님에 대한 강렬한 기도와 자신과의 싸움을 뜻한다고 합니다.

 

  한편 고목사님은 예수님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육신의 괴로움이나 다른게 아니고 "엘리 엘리 라마 사막다니"

 "아버지 아버지,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 라는 고백처럼

  십자가에서 죽음의 순간 하느님과 자신이 분리되었다고 느낀 

  순간이라 합니다. 예수님은 한 순간 하느님으로부터 떨어져

  나갔고 분리되고 버림받았다고 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야곱에게 참패를 안겨줬지만

 "야곱아 네가 이겼다"고 승리를 선포하고 손 들어 주신 것처럼

  십자가의 예수님께서 순간 하느님과 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놀라운 기적의 부활로 예수님을 채워주셨다고 전하십니다.

  

  물님의 산증인, 고목사님 은혜의 말씀으로 배부른 이날,

  마침내 야곱이 아침이 되어 여태 본 적이 없는 전혀 다른 햇빛을

  본 것처럼 우리 진달래 식구들, 여름 넘어 가을로 들어서는

  불재의 앞마당, 백당나무 곱게 곱게 타오르는 햇빛을 보고

  오늘 지금 이 순간을 기념하는 웃음을 허공에 던져봅니다.   

  

   

                                            's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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