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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피어(noosphere).

2011.10.06 10:05

물님 조회 수:6569

 

 

누스피어(noosphere).

 

 

 

헤르만 헤세는 ‘최초의 사원은 숲이었다’라는 말을 했다. 그러나 인간이 집을 짓기 시작하면 서 자신이 살 집만 짓는 동물이나 곤충과는 달리 사원을 짓기 시작했다. 그 공간을 무어라 이름 짓건 간에 절이든 예배당이든 사원이든 특별한 공간을 사람들은 어느 문명 어느 시대이든지 세워온 것이다. 이것은 사원이라는 공간이 인간의 깊은 내면의식과 어떤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형태가 다르고 이름이 다르다 하더라도 인간의 무한을 사모하는 열망의 표현은 어느 시대 어느 문화권에서나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류의 무의식 속에는 어떤 열망이 있기에 이런 종교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사원을 만들어내는 충동은 인간만의 고유한 충동이다. 신을 모시고 신을 위한 집을 짓는 것은 인간에게 신성의 깊은 체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체험을 한 사람들에 의해 사원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신성은 우주 인간 모두에게 편재되어 있는 것이지만 그 신적 체험을 공유하고 조율하기 위해서 특별한 공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그곳에 가면 경건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밀 수 있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하는 말도 꺼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만 했다. 인간의 도피성 역할을 하거나 영적인 충전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목적에 따라서 사원이 지어지게 된 것이다.

인도나 이슬람의 사원, 동방교회나 터키의 소피아 성당은 돔으로 되어있다. 그곳에서 신을 부르면 자신의 음성이 메아리쳐서 즉각적인 기도 응답이 임하는 것 같다. 실제로 그 응답은 몸의 에너지 변형을 초래하게 한다. 돔이 주는 에너지의 특성은 원형의 음파 에너지 써클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소리의 원 안에 있으면 인간은 어떤 지복의 경험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사원이 주는 축복의 경험이다.

 

 

기도의 응답이란 신성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그 신성과 나의 조율이 일어나는 것이다. 신성의 조율을 통하여 인간은 새 힘을 얻고 창조력을 회복하게 된다. 사원에서 앉아 묵상과 기도하는 자세는 온 몸을 원으로 만들어 내는 동작이 기본이다. 몸의 전기 에너지가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고 회전하게 하는 자세이다. 사원은 분주한 생각을 내려놓고 고요함에 잠기는 공간이다. 고요함은 깨달음으로 가는 기본자세이기 때문에 내면의 에너지를 돌보지 않고 내달려온 삶의 일시정지를 시도하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영혼의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존재계는 소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인간 역시 파동과 에너지의 존재이기 때문에 소리의 파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소리와 파동에 어떤 의식을 심어서 내보내느냐가 중요하다. 기도하고 찬송하는 소리의 파장은 인간의 몸과 의식에 즉각적으로 변형을 불러 온다.

 

 

소리는 전기적 에너지이기 때문에 좋은 소리, 영적인 파장의 소리는 인간의 몸 속에 있는 부정적 에너지의 파장을 정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젖소를 기르는 사람들은 소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줌으로 젖의 생산량을 늘이곤 한다. 이것은 인간도 마찬가지라는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가 있다. 채소도 나무도 특별한 소리에 반응을 한다는 것은 상식이 되어 있다. 질병과 건강은 어떤 소리를 듣고 사느냐와 깊은 관련이 있다. 경전을 소리 내어 읽는 다는 것은 옛 사람들이 영혼의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서 즐겨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그런데 오늘 현대 종교인들은 그 소리를 잊어 버렸다.

아프리카 케냐가 이슬람화된 결정적인 이유는 하루 다섯 번 기도 시간을 알리는 확성기를 사용하게 하는 법이 통과된 이후부터였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진리는 소리를 통해서 전달된다. 경전은 듣는 것이지 읽는 것이 아니다. 말씀을 듣는 마음을 잃어버릴 때 우리는 독서의 수준으로 경전을 대하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성소의 에너지 파장에 노출 된 사람일수록 그의 믿음은 체득의 믿음이 된다. 인간은 각자의 분위기가 있다 .가정도 사회도 국가도 고유의 파장이 있다. 이 파장에는 질이 있다.

 

 

생물학자 떼이야르드 샤르뎅 신부는 인간의 일차적 사명은 양질의 누스피어(noosphere. 인류가 오랫동안 집적해 온 공동의 지적 능력과 자산을 바탕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이루어가는 세계를 뜻하는 사회철학 용어. 디지털 테크놀러지의 문화적·인식론적 영향과 사회적 활용을 연구하는 프랑스 철학)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 정신적이거나 심리적인 분의기를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단어이다.)  발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누스피어는 한 인간이 있는 그대로 나타낼 수 있는 존재와 인격의 향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나 개인은 물론 가정과 사회의 에너지장을 잘 만들고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불쾌한 마음으로 내가 있으면 주변에 그 파장을 주게 되어 있다. 이 일을 위해서 에너지 충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과도한 사치는 금물이지만 좋은 옷 입을 줄도 알고 자기를 가꿀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치장은 신성의 회복이고 충전이다. 이게 없다면 몸둥이만 남는다. 나의 혼란, 세상의 혼란은 성스러운 공간을 잃어버리는 데 있다. 태풍의 눈처럼 인간의 진정한 힘이발생할 수 있는 곳은 내면의 골방에 있다. 골방의 비어있는 ‘빔’이야말로 양질의 누스피어가 발산되는 근원지며 내 생명의 알파와 오메가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