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26760
  • Today : 968
  • Yesterday : 1246


벼 - 물

2011.12.24 21:18

물님 조회 수:1769

 

 

 

 

내가 한 알의 씨앗으로 떨어진 이후

참 정신 없이 살아왔었지

나는 삶이란 싸움이요.

투쟁인 줄 알았어

온몸으로 부대끼는 고통의

연속인 줄 알았지

반란의 창날 같은 자존의

끝을 세우며

숨막히는 무더위와

땡볕으로 갈라지는 논바닥에서

내가 늘어진 적이 몇 번이었던가

그 흔절의 현기증 속에서

지옥이란 저승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

지금은 시월

나는 서늘한 바람을 온몸으로 즐기며

흔들리고 있지

씨앗이 열매가 되고

열매가 다시 씨앗이 되는 세월 속에

나의 하늘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지

세상은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임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 사랑은 그렇다 [2] 지혜 2011.08.13 1969
99 8월의 코스모스 [1] 지혜 2011.08.12 1823
98 수박 [1] 지혜 2011.08.10 1988
97 잔잔해진 풍랑(마르코4장35절-41절) [1] 지혜 2011.08.09 1937
96 죽은 게의 당부 [1] 지혜 2011.08.08 1934
95 아침 기도 [1] 지혜 2011.08.07 1894
94 공부 잘 한 날 [1] 지혜 2011.08.06 1889
93 저녁 기도 [1] 지혜 2011.08.05 1950
92 그 사이에 [1] 지혜 2011.08.04 1870
91 여름 향기 [2] 지혜 2011.08.02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