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25618
  • Today : 1072
  • Yesterday : 1245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2012.01.02 07:25

물님 조회 수:1639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얻는다.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시_ 오규원 - 1941년 경남 밀양 삼랑진 출생. 1965년《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 시집으로 『분명한 사건』『순례』『사랑의 기교』『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사랑의 감옥』『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두두』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현실과 극기』『언어와 삶』『날이미지와 시』『현대시작법』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함. 2007년 2월 작고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킬리만자로의 표범 [2] 물님 2011.07.03 1672
242 세상의 등뼈 물님 2011.06.13 1380
241 폼 잡지 말고 [1] 하늘꽃 2011.06.02 1456
240 멀리 가는 물 [1] 물님 2011.05.24 1391
239 오 늘 - 구상 물님 2011.05.16 1613
238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1421
237 '차를 마셔요, 우리' - 이해인 물님 2011.04.21 1686
236 좋아하는 노래 : '청보리밭의 비밀' [2] 수행 2011.03.22 2062
235 마지막 향기 [2] 만나 2011.03.16 2006
234 비상 - 김재진 [3] 만나 2011.03.06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