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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두렵다

2012.01.07 14:38

삼산 조회 수:3037

겨울이 두렵다.

 

나는 겨울이 두렵다. 겨울이 두려운 것은 아마도 어렸때의 가난과 추위가 무의식속에 남아서 그런가 보다. 비교적 가난을 모르고 자란 나도 겨울 추위가 두려운데 정말 가난했던 이들, 더욱이 지금 가난한 이들의 겨울 공포는 어떠할까?

 

겨울의 추위가 두려운 만큼 태양이 고맙다. 태양이 고마우면 태양을 찬양하고 태양을 섬겨야 할 터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양을 섬기는 이들이 없다. 우리나라 보다 더 추운 곳에 사는 북방민족들에게서도 태양신을 섬겼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반면 추위와는 관계없는 사막지역, 적도지역의 사람들이 태양신을 섬긴다. 그들은 태양이 고마워서 섬기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 두려워서 섬긴다. 아무 준비 없이 뜨거운 태양에 노출되면 얼마 견디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사람은 고마운 존재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존재를 섬긴다.

 

절에 가면 자비로우신 부처님을 만나기전에 먼저 무시무시한 사천왕상을 본다. 돌아 나오면서도 그들의 전송을 받는다. 무시무시한 지옥이야기가 수도 없이 많다.

 

하나님이 두려우신 분이실까 고마우신 분이실까? 구약의 하나님은 두려운 하나님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열심히 섬겼다. 그런데 우리가 믿는 예수님은 결코 두려운 분이 아니다. 신랑 같고 친구 같은 구원자 예수님이다. 예수님이 보여주시는 하나님도 두려운 하나님이 아닌 자비로운 “아빠, 아버지”로서의 하나님이다.

자비롭고 고마우신 분을 섬길 줄 모르는 인간이기에 무서운 지옥이 필요하다. 사람은 하나님을 섬기고 예수님을 믿기 보다는 지옥 갈 것이 두려워서 예수님을 붙들고 하나님께 매달리나 보다. 중세교회들도 지옥그림을 실감나게 그려 놓았다.

 

공자 말하시기를

“군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세 가지 있는데 천명을 두려워하고, 대인을 두려워하고,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한다. 소인은 천명을 알지 못하기에 두려워하지도 않고, 대인을 업신여기며,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긴다.”(계씨8장)

고 했다. 사실 공자는 겁이 많은 사람이다. 심지어 천둥치고 번개가 쳐도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향당 15장)

중용 2장에서 공자는 말하기를

“君子는 中庸하고 小人은 反中庸한다. 군자의 중용이란 時中이고 소인이 반중용한다는 것은 소인은 忌憚(기탄)없음이다.”

고 했다. 기탄이 없다는 것은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천명도 모르고 대인도 모르고 성인도 모르는 무지한 까닭에 두려움도 없다.

 

인생살이 하면서 제일 두려운 것이 무엇일까? 추운 겨울도 아니고 뜨거운 태양도 아니다. 가난도 아니고 질병도 아니다. 나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사랑하는 이들이다. 사랑이 떠나가는 것이 두렵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것이 두렵고 사랑하는 이들이 멀어질까 두렵고 그들이 불행에 빠질 것이 두렵고 그들이 나로 인하여 상처받을 것이 두렵다. 나로 인하여 그들이 큰 슬픔에 빠지는 것이 두렵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나를 버릴 것이 두렵다.

군자는 천명을 두려워 한다고 했는데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목사로서 나는 더욱 두려움이 있다.

 

하나님의 뜻(천명)을 아는 것이 두렵다. 천명인줄 알면 꼭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천명은 받고 안 받고 할 것이 아니라 알면 받아야 하고 받으면 지켜야 한다. 거역할 수 없는 것이기에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모르는 것이 마음 편한지도 모르겠다.

 

또 심히 두려운 것은 천명이 조작되는 것이다. 왕위를 찬탈하고서 천명이라 하고, 정적을 죽이고서도 천명이라 하며, 나라를 팔고서도 천명이라 하고 여론을 조작하고서도 천명이라고 한다. 성경의 말씀, 성현의 말씀을 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하고는 천명이라 한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나는 “하나님의 말씀”으로서의 성경을 읽고, 해석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는 목사로서 혹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지나 않을까? 不知不識間에 나 역시 我田引水格으로 해석하고 가르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다. 천명대로 행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운 것은 고사하고 행하지 못하더라도 왜곡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그것이 두렵다.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주여, 주여 하는 이마다 천국에 갈 것이 아니요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이라야 갈 수 있다.”(마태복음 7:21)

 

나는 가족과 떨어져서 서재에서 먹고 자고 공부한다. 지난겨울 서재에 난방을 하지 않고 지냈다. 이번 겨울도 그럴 요량이다. 겨울의 추위가 두렵기도 하지만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있기에 견딜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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