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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에서 "글발글발평화릴레이"를 가졌습니다.

중앙에 서서 팔을 가장 높이 드신 분이 물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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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작가회의‘글발글발평화릴레이'에 참여한 전북지역 작가들이 지난 7일 제주해군기지 백지화 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돌멩이 하나, 꽃 한송이도 건드리지 마라”

북쪽 끝 임진각에서 남쪽 끝 제주도까지, 이 땅에서 글 꽤나 쓴다고 하는 사람들이 걷고 있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제주도에서도 남쪽 바다가 보이는 강정마을이다. 한국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이 제주도 강정마을에 건설되는 해군기지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대장정이 전라도에 입성했다.

지난 7일 오전 익산시 여산-금마간 1번 국도. 나이 지긋하신 도내 작가들과 지역의 중·고등학교 국어교사 10여 명이 영하의 날씨 속에 도로를 걷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전북지역의 1번 국도 구간이 시작되는 여산부터 10일 정읍 입암까지 오전과 오후조로 나눠 약 10㎞를 걷게된다. 이들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돌멩이 하나, 꽃 한 송이도 건드리지 마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나눠들고,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소리에 귀가 따갑고, 인도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다 지쳐 갈때면 동료 작가가 전해주는 따뜻한 차한잔에 언 몸을 녹인다.

작가들은 도로를 따라 걸으며 ‘발’을 보낼 뿐 아니라 자신들의 ‘글’도 보탠다. 옛 우체부의 누런 우편가방은 ‘글발글발 배낭’으로 변신해 걷기에 동참한 작가들의 강정마을 해군기지에 대한 생각과 주민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와 시, 산문 등으로 채워졌다. 이날 안도현 시인은 “게으름 많던 작가들이 선뜻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나섰다.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획일적 국책사업에 반대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수려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그대로 후대에게 넘겨주자는 것이다”며 “이 길을 걷는다고 모두 바뀌진 않겠지만, 우리 마음을 밝히는 행위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글발글발 평화릴레이, 1번국도를 걷는 작가들’은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요구하며 임진각에서 시작되는 1번 국도를 걸어 제주도 강정까지 평화원고 배낭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다. 평균 10~11㎞씩 나눠 1번 국도 482.6㎞와 제주항에서 강정마을까지 44.4㎞ 등 모두 527㎞를 걷는다. 지금까지 전국의 소설가와 시인, 문학평론가 등 100여명이 1번 국도를 걸었거나 걸을 예정이다.

한편, 작가회의는 릴레이 첫날 임진각에서 ‘한바탕 평화, 한바탕 승리’라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주도가 4·3 고통을 어렵사리 딛고 일어서서 ‘평화의 섬’을 천명한 것은 제주도가 겪은 고통을 인류 평화와 전쟁 억제라는 위대한 지향으로 승화시키겠다는 뜻”이라며 “평화의 가슴 제주를 정치적, 경제적 욕망으로 가득 찬 자들이 희롱하게 놓아두는 일은 역사적 모욕이자 문화적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겨울, 짐을 받아진 당나귀들처럼, 흰 눈이 푹푹 내린다 해도 우리 질문을 단단히 붙들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김병진 기자 mars@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