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2012.01.13 00:12
이기인, 「소녀의 꽃무늬 혁명」
소녀는 꽃무늬 혁명을 떠야 한다고 했지요
왼편의 대바늘과 오른편의 대바늘 사이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붉은 실타래는 소녀의 혁명을 돕기도 했지요
왼편의 대바늘과 오른편의 대바늘 사이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붉은 실타래는 소녀의 혁명을 돕기도 했지요
아버지의 혁명은 아버지의 구식(舊式) 혁명으로 끝나버리고 한 코 한 코 풀어지면서 새로운 혁명을 끌어내야 한다고 털옷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장롱 속에서 나왔죠
낡은 털실은 팽팽한 긴장감을 놓지 않으면서 혁명가를 계속 불렀지요 그 옆에서 소녀의 꽃무늬 혁명은 계속 줄기를 뻗어나갔죠
풀어진 아버지의 혁명은 새 혁명의 넝쿨로 이어졌죠 소녀의 꽃무늬 혁명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 겨울도 이젠 춥지 않을 거라 믿었죠
붉은 실타래의 아우성이 무릎 위에 놓여 있다 차가운 책상 밑으로 또 기어들어갔죠 어두운 그곳에서 뭐해? 혁명을 꿈꾸는 실타래가 다시 뒹굴어 나오면서 실오라기 하나를 데리고 나왔죠
문득문득 소녀의 혁명이 모자라지 않나, 소 눈동자만해진 털실을 바라보며 불안했죠 어서어서 꽃무늬 혁명을 하나 떠서, 추위에 떠는 당신께 가야 한다고 말했죠
● 시_ 이기인 - 1967년 인천 출생.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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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혁명과는 달리
실로 엮는 꽃무늬 혁명으로 맞이하는 따뜻한 겨울
참 따뜻하고 포근한 혁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