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507672
  • Today : 1226
  • Yesterday : 806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2012.01.13 00:12

물님 조회 수:5947

 

이기인, 「소녀의 꽃무늬 혁명」
 
 
 
 
소녀는 꽃무늬 혁명을 떠야 한다고 했지요
왼편의 대바늘과 오른편의 대바늘 사이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붉은 실타래는 소녀의 혁명을 돕기도 했지요
 
아버지의 혁명은 아버지의 구식(舊式) 혁명으로 끝나버리고 한 코 한 코 풀어지면서 새로운 혁명을 끌어내야 한다고 털옷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장롱 속에서 나왔죠
 
낡은 털실은 팽팽한 긴장감을 놓지 않으면서 혁명가를 계속 불렀지요 그 옆에서 소녀의 꽃무늬 혁명은 계속 줄기를 뻗어나갔죠
 
풀어진 아버지의 혁명은 새 혁명의 넝쿨로 이어졌죠 소녀의 꽃무늬 혁명이 성공을 거둔다면 이 겨울도 이젠 춥지 않을 거라 믿었죠
 
붉은 실타래의 아우성이 무릎 위에 놓여 있다 차가운 책상 밑으로 또 기어들어갔죠 어두운 그곳에서 뭐해? 혁명을 꿈꾸는 실타래가 다시 뒹굴어 나오면서 실오라기 하나를 데리고 나왔죠
 
문득문득 소녀의 혁명이 모자라지 않나, 소 눈동자만해진 털실을 바라보며 불안했죠 어서어서 꽃무늬 혁명을 하나 떠서, 추위에 떠는 당신께 가야 한다고 말했죠
 
 
 
시_ 이기인 - 1967년 인천 출생.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가 있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3 전화 -마종기 시인 물님 2012.03.26 5448
272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5821
271 [1] 샤론(자하) 2012.03.12 5539
270 김세형,'등신' 물님 2012.03.12 5823
269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6454
268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6059
267 동시 2편 물님 2012.03.02 6214
266 그대 옆에 있다 - 까비르 [2] 구인회 2012.02.15 5940
»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1] 물님 2012.01.13 5947
264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5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