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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애경 - 조용한 날들

2012.05.15 12:13

물님 조회 수:6111

 양애경, 「조용한 날들」
 
 
 
 
  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둥당거리던 기타 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서 꽁치를 구우며
  흥얼거리던 창가(唱歌)
 
  평화란
  몸이 약해 한 번도 전장에 소집된 적 없는
  아버지가 배 깔고 엎드려
  여름내 읽던
  태평양전쟁 전12권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
  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
  목욕하기 싫은 8살 난 강아지 녀석이
  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영원했으면… 하지만
  지나가는 조용한 날들
  조용한… 날들…
 
 
  시_ 양애경 - 1956년 서울 출생. 시집 『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 『사랑의 예감』,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 『내가 암늑대라면』, 『맛을 보다』 등이 있음. 현재 공주영상대학교 방송영상스피치과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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