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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곳! 내 안의 나를 만나러 가는 곳, 그 길 ... 안나푸르나! 를 다녀왔다.

무엇에 이끌린듯 몽롱하게 준비하며 가게 된 여행!

한 번은 가야 할 곳으로 예정되어 있던 곳에서 이제는 심호흡을 하며 느긋히 다시 가야할 곳으로 된 그곳, 안나푸르나 이다.

여행 가방을 쌀때도 새벽 버스를 타러 갈 때도 공항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도 비행기를 탈 때도 그리고 카트만두에 내릴 때에도

그 후에도 난 왜 누가 이곳엘 왔지? 를 물어야 했다.

마치 내 안에 누군가 있고 나는 그에 이끌려 와 있는 듯했고 나는 그저 나라고 알고있는 것들을 내려 놓고

그를 따르기만 하면 되는 묘한 편안함과 신비함을 느끼고 있었다.

얼마 전 다친 발목이 아직 온전치 않아 내심 걱정이 되고 방대한 산 안으로 들어간다는 살짝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오게 했으니 가게 하리라는 믿음또한 있었기에 가벼이 발 걸음을 옮겼다.

 

포카라에서 버스를 타고 카레까지 이동을 한다.

드디어 여행이 실감나기 시작한다.

거리가 보이고 사람들이 보이고 저 멀리 산마을도 보인다.

이제 부터 만나고 경험하게 될 모든 일들이 기대된다.

내가 사는 곳하고는 다른 이곳의 분위기에 들뜨고 흥분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과 흙먼지 날리는 건조한 공기마저도 반갑다.

현지인 가이드 빠담이 안내를 한다.

숨차지 않게 땀 나지 않게 가겠습니다.

숨차지 않게 땀 나지 않게 천천히...   천천히....  맘 속으로 다시 한 번 말해본다.

참 마음에 드는 출발이다.

하지만, 산 길인데 뜨거운 태양이 머리 위에서 따라오는데 어찌 숨차지 않고 땀나지 않겠는가

숨이 차오르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긴 호흡에 머물러 있기도 하고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 뒤돌아 서서 지나가는 바람에 얼굴을 맡기기도 하면서 가는 길이다.

숨이 차고 땀이 나니까 오름의 산길이고 또 그러한 것이 인생길 이리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들에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또한 세월에 다듬어진 사람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천천히 천천히에 집중하며 가다 보니 여기저기 신기한 나무들이 많다.

마치 마법의 나라에 사는 나무들 같았다.

자신들의 공간을 확보하면서 홀로 우뚝이 있는 그 나무들이 자꾸만 내 눈길을 잡았다.

손짓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해서 쉽사리 그 앞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산행을 하는 내내 나의 시선을 가장 사로잡았던 건 저홀로 아름다운 나무들이었다.

마법의 나무에 취해 걷다 보니 히말라야에서의 첫 날 밤을 보낼 란드룩에 도착을 했다.

아기자기하고 자그마한 마을의 롯지이다. 아...  좋다.

첫 번째 여서 일까 란드룩에서 맞은 아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맑고 청명한 아침이었다. 녹색의 산을 넘어 히말라야의 하얀 지붕이 선명히 보이고 고요한 평화가 감도는 마을엔 아침이슬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곳에 지금 태어난 아기처럼 신나게 아침산책을 하는 나! 는 란드룩의 사람이다.

실적과 평가에 민감하게 대처해야하는 딴 세상의 나는 주저없이 버릴수 있었다.

그 아침의 고요와 침묵 그리고 평화로운 아침 빛깔이 내 안에 밝은 등으로 켜져있다.

빠담이 설명해 준대로 정말 이곳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100% 이리라.

아침에 일어나 그날을 위해 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시작하고 밭에 나가 일용할 양식을 위해 일하고 저녁이 되면 밥먹고 자고

이런 생활에 무슨 행복이 있겠냐고 말하겠지만, 감히 문명을 앞세워 그들에게 행복을 얘기할 수 있을까

소박하고 단순한 그 행복을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산마을의 농부도 그랬지만 여행객들의 짐을 나르는 포터도 또, 식사를 준비해주는 사람들도 언제나 즐겁게 일을 했다.

오전엔 맑았다가도 금새 비구름이 몰려와 비가 쏟아지곤 했는데 시누와를 가는 그 길에서 내가 평생 잊지 못할 알음다운 영상이 있다.

꽤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내 앞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두 포터가 있었다.

그들은 짐만 비닐로 감싸고 자신들은 온 몸으로 비를 맞으며 돌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팔을 뻗어 살갗에 떨어지는 빗방을을 느끼며 환호성을 지르고 친구에게 빗방울을 튕기며 장난을 치고 깔깔 웃으면서 걷고 있었다.

오늘이 처음 맞는 비도 아닐텐데...  짐을 지고 이 산길을 수없이 다니며 비를 만났을텐데도 그들은 처음인양 신기해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비를 맞으며 산을 오르는건 힘든 일! 이라고 이미 정해 놓은 사람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짐이 무거우면 무거운대로 햇살이 따가우면 그 또한 따가운대로

그 상황을 그저 맘껏 즐기는 그들이 눈물나게 아름다웠다.

내가 안나푸르나를 가는건 막연히 그 봉우리를 보기 위함이 아니라 그 여정에서 만나는 예기치 않은 아름다움을 경험하기 위함도 함께 이리라...

등에 진 삶의 무게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아들이는 어린 포터들, 그리고

구름 언덕을 뒤로하고 선 나무들을 찍고 싶어 안달을 하는 내게 자신의 비옷으로 우산을 만들어주는 수닐(현지인 가이드)에게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일을 하는 참 사람을 만나는 기쁨! 이 기쁨을 느끼러 난 이곳엘 왔으리라.

 

하루에 사계절을 만끽하게 되는 곳, 그래서 하루에 영생을 사는 곳!

비와 우박을 맞으며 데우랄리에 도착하니 한겨울이다.

준비해간 겨울 파카를 입어도 이빨이 딱딱 부딪히게 춥다.

불덩이라도 끌어안고 싶을 만큼 깊은 한기가 느껴져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고산증이 시작될지도 모르니 약을 먹으라고 한다.  약을 받아 들고 잠시 망설여 보지만 약은 먹지 않기로 한다.

처음 겪는 일이 될테지만 고산지대에 내 몸이 잘 적응하리란 믿음이 있다.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 쉬면서 스스로 조율하리라... 그러면 문제 없으리라 생각하며 호흡에 집중하기로 한다.

새벽 잠결에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현기증이 왔지만, 침낭안에서 몸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쉬기 시작했다.

심하진 않았지만 설사 증세도 있어 화장실을 다녀오면서도 내게 고산증이 온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몸의 조율의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호흡에 집중하며 천천히 천천히 ...  비스타리  비스타리 안나푸르나를 향해 오름을 시작했다.

눈 밭을 걷는건 처음이라 신이 나기도 했다.

설원!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 길 위에서 고산증 같은건 있을수도 없었다.

반짝 반짝 빛나는 햇빛과 머무르며 부는 산뜻한 바람이 나 보다 먼저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아악~~  내가 왔노라고 힘차게 힘차게 소리를 질렀다. 안나푸르나 입성 세레머니를 하고 나니 기분이 최고였다.

울렁증도 현기증도 사라지고 뿌듯한 마음이 한없이 커 눈밭을 뒹굴었다.

고산증을 상대로 생각한대로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나는 확실히 경험을 했다.

어떤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걱정하고 염려하게 되지만,

사실은 걱정과 염려의 에너지가 그 일을 불러들이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상상하고 내 마음이 진정 소원하는 것들만 생각하는 긍정의 에너지를 가득 충전하여

우리의 오늘 숙소 마차퓨차레로 아쉽지만 하산을 시작했다.

혹여, 때때로 방전이 되어 삶의 길에 주저앉게 될 때 지금의 함성을 기억하며 힘을 재충전하리라 다짐하면서 ...!

 

7박 8일 이라는 조금은 짧은 일정이 하산 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래도 올라오는 길이 아니라 내려가는 길이어서인지 큰 어려움 없이 열 한 시간을  걸어 춤롱까지 갔다.

까마득히 보이는 산마을이 춤롱이라는데 여기저기 옹기종기 마을이 있었다.

아 그래 이길을 걸어 왔었지 하는 반가움도 함께

어 이 길을 지나왔었나 하는 생소함도 함께

이제나 저제나 보였다 숨었다 하는 춤롱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매직 아워라고 하는 신비로운 색감의 저녁이 멀지 않았을 무렵 헉 계단이 무려 3000여개라 한다.

이 계단을 내려 오기는 했었지 아마.  정말 3000여개인지 2700여개인지 세어본다고 시작했다가 10개도 안세고 포기를 했다.

숨찬데 숫자까지 셀려니 어지럼증이 생길려고 해서다. 3000개이든 2700개이든 이 계단을 올라야 오늘의 숙소이니

수련하는 맘으로 한계단 한계단 올라보자 하며 발 아래만 보고 걸었다.

한 계단에 한 호흡씩. 역시나 비스타리  비스타리 ...

 

숨차지 않게 땀 나지 않게 천천히  천천히 ...  올라가고 내려가고  때로는 모퉁이 오솔길에서 저 모퉁이를 돌면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면서 설령 원치 않는 돌계단이 이어져있다해도 산행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리라 생각하면서 걸었던 그 길들이

그리움이되어 깊은 그리움이 되어 내 안에 있다.

내 안의 푸르름을 찾아 떠난 첫 여행! 찾아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찾아 가는 여정중 첫 걸음이었음을 인식하며 삶의 평행선에서

그곳의 사람들을 만날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나와 함께 일주일을 동행해준 수닐에게 물었었다. 꿈이 무엇이냐고? 꿈이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수닐.

처음엔 꿈이 없구나 하며, 조심스런 마음을 감추었었는데, 

꿈은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 내 질문이 어쩌면 틀리진 않았을까를 생각하게 하였다.

꿈이라도 있어야 살아갈 힘이 생기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꿈으로 두지 않아도 스스럼없이

그 꿈의 현실에서 담담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음에 콧등이 시큰해졌다.

그들에게는 일상의 일들과 생각들이 내게는 특별하고 의미깊게 느껴지는 이 사실의 비밀이 뭘까

히말라야의 설산을 만나고 그 산 아래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싶어 떠난 여행이었다.

또한 히말라야를 만나고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나'를 만나기위해 떠난 여행이기도 했다.

내 안의 나는 정말 행복한 삶은 어떤 삶일까  라는 물음을 안고 돌아왔다.

대답을 얻기 보단 물음을 얻은 여행! 답을 달지 않는 물음이 나의 길을 열어 갈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눈을 감아야 더 잘 보이는 그 길을 긴 호흡으로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선물처럼 들렸던 페와호수의 잔물결이 찰싹인다.

수 많은 이들의 기도와 염원이 함께 흐르며 나의 염원과 기도를 일깨워주었던 해 질녘의 호수 풍경이 생생하다.

가뿐 숨소리와 저려오는 다리의 통증조차도 잊고 싶지 않아 되새긴다.

돌 계단, 길, 또 돌 계단, 길 ... 오름길, 내림길... 여행은 그곳에서 나를 기다린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나 보다 몇 발자욱 앞서며 나의 길을 살펴준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 수닐의 목소리와 미소가 방울 방울 눈물로 맺힌다.

폴짝 뛰어오르면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던 별들이 나의 하늘에서 반짝인다.

안나푸르나의 눈부시도록 하얀, 그래서 눈 부시도록 푸르른 그 봉우리가 순간 순간 내게 손짓을 한다.

아 ...  좋다.

섬지러헌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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