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507737
  • Today : 1291
  • Yesterday : 806


<모리거사의 차이야기> 6.

- 다른 나라의 차(茶)를 마시는 사람들에게

유롭의 홍차(紅茶)
홍차는 차나무 잎을 일정한 조건을 가하여 발효라는 화학변화를 유도한 것 중에서 붉은 색을 띄게 된 것을 말한다. 유럽에서는 이 홍차가 대세다. 이 홍차의 차 시장 규모만 해도 수천억 달러에 달하며, 홍차를 생산해서 먹고 사는 나라가 있을 정도로 국제적이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예컨대 스리랑카는 홍차를 팔아 국민들이 먹고 살고 있으며, 인도 역시 남한 땅만한 넓이의 차밭이 있고, 곳곳에 수많은 대형 차공장이 산재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는 인도인들이 상복하는 대중적인 ‘짜이(茶)’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보다 많은 량이 유롭시장으로 팔려나가 국가적 수입원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인도차의 실질적인 이익은 영국인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홍차가 커피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중화 되어 있는데, 커피는 일반 서민대중의 값싼 차이고 홍차나 녹차는 상류층이나 즐기는 비싼 음료가 되어 있다. 왜냐하면 홍차는 커피가 따라올 수 없는 다양한 맛과 향을 차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향을 내는 홍차는 등급이 매겨져 50g정도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차도 많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그들에 차란 그저 식도락을 위해 코와 혀를 자극하는 기호 음료일 뿐이다.

일본의 녹차(綠茶)
녹차는 전국시대(戰國時代)부터 시작된 ‘다도’라는 문화적 전통을 등에 업고 무사계급 즉 상류계급부터 즐기기 시작했다. 지금 녹차는 일본 가정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렌드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그렇게 된 것에는 차라는 상품에 자신들의 문화를 담아 판매하였기 때문이다. 즉 다도(茶道)라는 차마시는 형식을 만들어 차를 판매하는 상술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다.

문제는 찻잎의 확보였다. 처음 일본에 차밭을 조성하여 그 수요를 충당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건 쉽게 되지 않았다. 차나무들이 잘 자라지 않고 시들어 버리거나 이내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원인을 조사해 본 그들은 그것이 일본 토질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 지역이 화산석이어서 땅을 조금만 깊이 파 들어가도 암반이 나오게 되어 땅속 깊이 뿌리를 박으며 땅 기운으로 생존하는 차나무가 쉽게 자라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토양에 맞는 종(種)을 개발에 착수했다. 결국 뿌리가 수평으로 퍼지는 종자를 개발하여 그때부터 차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 종(種)을 개발한 사람의 이름을 붙여 ‘야부기다종’이라 명했는데, 이는 그들이 얼마나 이 새로운 차 품종의 개발을 반가워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야부기다 종의 차나무는 땅 표피에 있는 영양으로 자랄 수 밖에 없어 끊임없이 비료를 주어야 한다. 따라서 차 본래의 기운이나 약성(藥性)을 기대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맛과 향을 만들고 다도(茶道)까지 동원하여 일본차를 홍보하고 있지만, 비료를 먹고 자라는 농산물의 한계에서 어찌 벗어날 수 있겠는가.

예컨대 일본의 말차(末茶)를 보자. 일본 다도가 보여주는 백미는 말차를 마시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말차는 본디 우리 조상이 마시던 차 형태였다. 즉 찻잎을 가루로 만들어 섭취함으로써 몸안에 필요한 영양과 기운을 새롭게 보충했었던 일종의 약이었던 것이다.

이것을 다도(茶道)형식을 빌어 마시면서 마치 일본의 전통문화처럼 홍보하고 녹차를 팔아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야부기다 찻잎 가루를 아무리 마셔 대도 조선 땅에서 생산된 찻잎이 아니라면 차맛이 나는 풀을 먹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하지만 일본 다도를 멋과 교양이라 여기고 비싼 돈으로 말차를 마시는 놀이판을 벌리고 있으니, 하긴 그것도 취미라면 뭐라 할 수도 없겠다.
중국차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자.

Facebook 게시물 보기 · 이메일 설정 관리 · 댓글을 남기려면 이 이메일에 답장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