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야기 11
2012.07.18 06:44
<모리거사의 차 이야기> 11. - 한국의 차(茶) 문화를 찾아라. (2) 이번에는 민족의 제사인 ‘차례’문화가 과연 일본의 다도(茶道)처럼 우리도 차문화의 한 형태로 간주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는 이를 위해 왜 거기에 차(茶)란 글자가 포함되어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현대차의 효시라 일컬어지는 최범술 스님의 ‘한국의 차도’에는 차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차례(茶禮)는 우리 민족이 차를 마실 때의 예의범절이다.” 그는 차례를 찻잎을 우려마시는 예법이라고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명절 제사 때 역시 본디 제사상에 차(茶)를 올렸기 때문에 차례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옛부터 하늘에 제(祭)를 지낼 때 상에 ‘술’을 올렸으며, 이때도 우리는 차례라 했다. 따라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절날 차례 때 쓸 술을 준비하기 위해 집집마다 가양주(家釀酒)를 담구었다. 헌데 이것을 박정희시대 정부가 주세(酒稅)를 걷기위한 수단으로 양조회사에게만 술을 담굴 수 있는 특권을 주고 개인집에서는 술 담는 것 자체를 법으로 금지시켰다. 해서 남한 땅에 있었던 수많은 전통주들이 사라지는 비운을 맞았다. 그렇다면 차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답을 찾기위해 우리는 차(茶)란 글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茶’라는 문자는 기원전 2,000경에 만들어진 갑골문자는 아니다. 하지만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동북아 천손 민족들이 천제를 지내며 만들어 낸 상형문자인 것은 분명하다. 상형문자란 그림글자이므로 세월에 따라 문화적 변천에 따라 새로운 문자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글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만들어지게 된 상황과 배경을 이해할 때 보다 정확히 글자의 뜻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고대 천제를 지낼 때 어떻게 제(祭)를 지냈던 것일까? 고고학적 추론을 통해 살펴보면 단군은 언제나 높은 산에 제단을 쌓고 하늘에 제를 지냈다. 제단에는 제물(祭物)이 올려졌겠지만 중요한 것은 인간의 뜻을 하늘에 전하는 예식이었다. 처음에는 산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옹달샘을 파서 그 물을 정한수로 썼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후대에는 하늘로 올라가는 물이라 할 수 있는 술(酒)을 제(祭)상에 올렸던 것으로 보인다. 술을 뜻하는 ‘酒’(주)란 글자가 ‘물이 담겨진 그릇’의 모양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같은 역사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솟대다. 솟대는 천제를 지낼 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상징물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알겠지만 솟대는 장대에 ‘새’가 얹어져 있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뜻을 하늘에 전하는 뜻을 갖고 있어 제사에는 반드시 이 전령(傳令)이 있어야 된다. 때문에 이 솟대는 제를 지내는 필수품이란 뜻이다. 정리해 보면 고대로부터 이어지고 있는 천제는 솟대를 세우고 제물과 정한수(술)을 올리는 예식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를 ‘차례’라 했던 것일까? 자 ‘茶’란 글자를 자세히 보라. 풀(艹)초 밑에는 나무가 서있다. 그리고 나무와 풀 사이에 ‘八’자가 있다. 만약 여기서 ‘八’ 자를 새의 날개로 본다면 어찌되는가? 바로 ‘솟대’란 글자가 되지 않는가! 그렇다. ‘茶’자는 천제를 지낼 때 반드시 있어야 할 그 솟대를 본 딴 글자였다. 해서 솟대를 세우고 하늘에 제(祭)를 지내는 예법(禮法)이란 뜻으로 ‘차례’라 일컬었던 것이다. 이처럼 ‘차’자를 해석하게 되면 우리가 제사를 왜 ‘차례’라 일컬게 되었는지 그 미스테리가 풀리게 되고, 동시에 한국 차문화의 새로운 도약이 시작될 수 있다. 어떻게? 다음호에서 이야기해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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