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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놀던 소희, 이제 닭·토끼와 놀죠

[중앙일보] 입력 2012.06.05 01:10 / 수정 2012.06.05 01:12

농촌유학생 유치 나선 전북
학생 70% 외지서 온 경우도
폐교 살리고, 자연 가르치고
내달부터 팸투어 나서기로

 

htm_201206051112937003730.jpg 지난 1일 임실군 신평면 대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가족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보리 구워 먹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 70여 명 중 50여 명이 수도권과 전주 등에서 전학을 왔다. [사진 대리초등학교]
“서울에서 매일 낑낑대면서 다니던 학원의 숙제나 성적에 대한 부담이 없어요. 여기 시골에서는 언제나 반겨 주는 언니·오빠나 동생들과 함께 산과 들로 뛰어 다니고,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해요. ”

 전북 임실군 신평면 대리초등학교 4학년 안소희(10) 양은 “몸이 튼튼해지고 마음도 건강해지는 농촌 유학을 오라고 도시의 친구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희는 1년 전만 해도 서울 강동구에 있는 강일초등학교를 다녔다. 수업이 끝나면 국어·영어·수학을 가르치는 보습학원과 음악학원·태권도장 등 하루 평균 3~4곳을 돌았다. 엄마·아빠가 직장을 다니는 데다 언니·동생이 없어, 집에 오면 혼자서 컴퓨터·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감기에 자주 걸리고, 한번 기침을 시작하면 잘 낫지도 않았다. “농촌학교를 다녀보면 어떻겠냐”는 엄마의 권유로 지난해 9월 이 학교로 옮겨 왔다.

 처음엔 부모와 떨어지는 게 싫었지만, 소희는 10개월 지난 지금 농촌생활에 흠뻑 빠졌다. 한 학년에 한 반씩이고 반 학생이 10여명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학교라 모두가 언니·오빠·동생으로 어울려 외로울 새가 없다.

 4학년의 경우 전체 9명에 불과해 선생님에게 무엇이든 자세히 물어볼 수 있어 사실상 1대1 수업을 한다. 한 반이 30여명이나 되던 서울 학교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이다. 정규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부터 신나는 방과후 수업이 펼쳐진다. 월·수요일에는 밴드 동아리에서 전자 피아노를 치고, 화요일에는 수영을 배운다. 학교 주변 농장에도 매일 들러 닭·개·토끼 등을 돌보고, 텃밭도 가꾼다.


 2009년 학생이 17명으로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대리초등학교는 지금은 전교생이 74명이다. 서울·경기와 전주 등 다른 지역에서 옮겨 온 학생이 70%(50여 명)나 된다.

 전북도가 ‘농촌유학 1번지’를 내세우며 도시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농촌유학은 도시의 아이들이 농·산촌 학교에 6개월 이상 머무르면서 공부하고 시골생활을 체험하는 걸 말한다. 이를 통해 ▶폐교 위기의 소규모 농촌학교 살리기 ▶지역 활성화 ▶도시 아이들의 정서 순화와 심신단련 등 1석3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전북도는 이를 위해 도시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7~8월 팸투어를 실시하고, 10월 농촌유학 박람회를 열 예정이다. 또 농촌유학 원스톱 서비스 창구를 마련해 학교·숙소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SNS 마케팅도 실시한다. 농림부에 따르면 전국의 농촌유학센터 17개 중 9개가 전북에 있다. 또 농촌유학생 350여명 가운데 72명(20%)이 전북에 와 있다.

 농촌유학 관련 시설도 늘고 있다. 민간이 완주군 고산의 산촌유학센터, 장수군 번암의 철딱서니학교, 임실 신덕의 불재인재학당을 운영 중이다. 정읍시 칠보면과 임실군 덕치면에서는 농가들이 유학생을 받고 있다.

 이인재 전북도 기획관리실장은 “교육청과 손잡고 농산촌 환경에 맞는 교육모델을 다양하게 만드는 한편 유학생 전담 마을교사를 양성하고 지원 조례를 제정해 농촌유학의 최적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