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28247
  • Today : 999
  • Yesterday : 1456


봄밤 - 권혁웅

2012.09.20 13:40

물님 조회 수:1337

                      봄         밤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한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管)이다

이쪽 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 나왔다

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다시 직립인간이 되지는 않겠다는 듯이

부장 앞에서 목이 굽은 인간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겠다는 듯이

봄밤이 거느린 슬하,

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

이불처럼

부의봉투처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경각산 가는 길 file 운영자 2007.09.09 1888
282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1] 관계 2008.05.15 1881
281 편지 [5] 하늘꽃 2008.08.13 1879
280 "되어보기" 를 가르쳐 주는 시(3차 심화과정 중) [4] 포도주 2008.08.11 1867
279 사월에^^음악 [5] 하늘꽃 2008.03.27 1861
278 Rumi / Become the Sky 하늘이 되라 [3] sahaja 2008.04.16 1842
277 어떤바람 [3] 하늘꽃 2008.06.19 1839
276 천사 [2] 하늘꽃 2008.05.14 1828
275 눈물과 미소 -칼리지브란 구인회 2012.10.22 1826
274 희망 [8] 하늘꽃 2008.08.19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