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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계시느냐고 물으면 / 유영모 

 

 

하느님이 계시느냐고 물으면 나는 '없다'고 말한다.

하느님을 아느냐고 물으면 나는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람이 머리를 하늘로 두고 산다는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또 사람의 마음이 하나(절대)를 그린다는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

내 몸에 선천적인 본능인 육욕(肉慾)이 있는 것이

이성(異性)이 있다는 증거이듯이

내 맘에 하나(절대)를 그리는 성욕(性慾)이 있는 것은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바라고 그리는 전체의 거룩한 님을

나는 하느님이라고 한다.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