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편지 / 역경지수
2012.11.06 17:24
늦가을 대기가 깊은 곳으로부터 흔들리는 것은 햇살이나 바람이 아닌 비 오는 밤입니다. 그 일렁임에 잠이 깹니다.
내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것도 기쁨보다는 연민과 아픔입니다.
산다는 일이 마냥 편하고 좋은 수만은 없겠지만 주변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서린 한(恨)과 아픔으로 인해 내 삶의 고달픔은 자리를 잃게 됩니다.
붙잡고 있던 소중한 것들을 잃은 상실감으로 건강까지 잃게 된 경우도 있고, 예측할 수 없이 다가온 불행, 그 충격과 슬픔으로 늘 가슴 가득 눈물을 안은 채 주님이 주시는 위로로 나날을 견디는 모습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고통 없는 삶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부질없는 바람인지도 모릅니다.
초록이 지쳐가는 숲에는 잎새들이 수줍게 달아오르듯, 익어가듯 고운 빛깔로 물들어갑니다.
그러한 그들의 화려한 변신이 기온차(氣溫差)라는 시련이 승화된 모습이라는 사실에 숙연해집니다.
우리도 주어지는 역경을 늘 승화시키므로 찬연한 빛을 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전에는 성공적인 삶의 지수를 지능지수인 IQ(intelligence quotient)로 그 척도를 삼았습니다.
지능이 성공적인 삶을 이룰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감성지수인 EQ(educational quotient)라는 말이 등장을 했습니다. 지능보다는 제대로 된 교육으로 인한 감성이야말로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또 그것만이 성공적인 삶의 열쇠가 아니기에 최근에는 역경지수인 AQ(Adversity Quotient)라는 말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지능으로도, 감성으로도 감당할 수 없는 역경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 역경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고난을 이겨나가는 힘이 없다면 지능이나 감성의 지수가 높아도 절망적인 삶이 될 수 있습니다.
자살인구가 높아져가는 오늘날의 현실은 지능이나 감성보다는 욥이 가졌던 역경을 이겨나가는 바로 그 ‘거룩한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욥23:10-
우리도 우리를 승리케 하시는 그분 안에서라면 역경의 돌풍이 지날 때 오히려 홍시의 단맛으로 숙성되고 찬연한 단풍으로 물들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산마다 타오르는 저 단풍의 불길도 역경을 이겨나가는 우리의 뜨거운 가슴으로부터 점화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가져다 놓은 떫은 감을 사과 한 개와 같이 몇 날 동안 비닐봉지에 넣어두었더니 떫은맛이 삭아져 달콤한 홍시가 되었습니다.
비 내리던 지난밤에는 대기의 일렁임에 밤을 지새우고, 오늘은 햇살 아래 그 신선한 당도를 음미하며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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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님의 말씀처럼 주역에도 艱則无咎 간즉무구라 해서
고난을 겪은 즉 어려움이 없어졌다고 전합니다.
가을 단풍처럼 질 익은 말씀이 울림으로 다가섭니다.
영혼이 하느님으로 곱게 물든 가온님께 문안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