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재의 눈
바람속 혼령들이 능선 넘어 눈과 함께 함박 웃음을 뿌리는 불재
눈덮힌 불재는 상상의 나라 신비의 궁전입니다.
이 궁전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의 혼령과 바람과 민들레의 영토입니다.
이 나라 신비의 궁전에서 어느 혼령의 연주에 맞춰 노래부르고 춤을 춰 봅니다.
대자연에 품에 안겨 춤추는 것은 그대 그리고 내가 하나라고 하는 출발점에서 시작합니다.
인간만이 유일하게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과 들의 모든 짐승과 새들, 이름 모를 나무와 들풀 풀벌레 하나까지 여기 재빼기에서
함께 살 권리와 존재자로서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겁니다.
마치 우주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목적을 완수하는 것처럼
모든 피조물들도 각자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으며,
태양도 달빛도 구름도 바람도 눈비도 저마다 자신의 일을 완수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 하느님이 부여한 이 세상의 평화의 사명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죠.
이 평화의 사명은 평화를 말하고 염원하는데에만 있는게 아니고
자기 자신이 평화롭게 살고 자신과 모든 피조물들을 향한 평화의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평화의 땅, 자유와 쉼이 있는 곳 여기 눈덮힌 불재
토끼와 잎맞추고 노루와 눈키스하는 하얀 불재는 슬프도록 아름답습니다
하얀 불재는 내 영혼이 청정하고 내 손이 투명할 것을 당부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눈이 하얀 이유는 눈처럼 인간의 삶이 맑고 깨끗해야 됨을 보여주는 거랍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빛을 본 눈이 가볍게 녹아내리는 것처럼
내 영혼이 스러질 때 한 점 부끄럼 없이 녹아버리라는군요.
s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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