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507774
  • Today : 1328
  • Yesterday : 806


님의 침묵

2009.05.29 23:09

물님 조회 수:5856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黃金)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微風)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追憶)은 

나의 운명(運命)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源泉)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希望)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沈默)을 휩싸고 돕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5917
» 님의 침묵 [1] 물님 2009.05.29 5856
161 평화의 춤 [1] 물님 2009.05.18 5612
160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2] 물님 2009.05.15 6133
159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6056
158 초파일에 [2] file 도도 2009.05.02 6149
157 시론 물님 2009.04.16 5817
156 독일 발도로프학교 아침 낭송의 시 물님 2009.04.16 6166
155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5832
154 고향집 오늘밤 / 이중묵 이중묵 2009.04.06 5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