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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초하루에

2009.06.02 08:47

물님 조회 수:2971

유월 초하루,

6월이 시작됩니다.
짙어지는 산들이
커가는 풀들이
꽃 피고 열매 맺는 고추가
가벼워지는 옷 차림들이
열음, 여름이 찾아왔음을 알려 줍니다.

다 여름입니다.
이 산도 여름
저 들도 여름
다 여름입니다.
봄을 더 하고 싶다는 산이 없고
가을을 기다리는 들도 없습니다.
여름에 다 열음이라서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자연은 언제나 자연스럽나 봅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못하고
곡을 해도 울지 못하는 사람들,
이렇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통탄하셨던
2천년 전의 예수님 말씀과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과 함께 웃고
춤을 만나면 춤이 되고
슬픔을 만나면 슬픔이 되고
산을 만나면 산이 되고
물을 만나면 물이 되고
손자를 만나면 손자가 되고
청년을 만나면 청년이 되고
노인을 만나면 노인이 되고
.............

그렇게 되고 되고 되고 되어 보는 것이 삶이고
그렇게 살 때에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고
아니 사람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기능과 역할에 꽉 묶이어 기계인간,
로버트로 사는 사람들
노예이지요.
노예인줄도 모르고 평생을 노예로 삽니다.

그 어떤 생각에 묵이고
그 어떤 감정에 사로잡히고
정치 이념, 돈이라는 이익에 갇히고
자기가 옳다는 신념에, 종교에, 이데올로기에 묶이어
더 이상은 새롭게 들을려고도 하지 않고
보려고도 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 들이 안다고 하니 죄다.

국민장이 있던 지난 한 주간
우리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참 많이 생각하게 했던 아프고 시리면서
공부를 많이 하게 한 국민장이었습니다.

미안하다는 말 하나 못하고
용서해 달라는 말 하나 못하고
슬픔이 와도 슬픔을 만나지 못하고
분노가 와도 분노를 만나지 못하고
더욱 무엇이 수치인지를 모르고 뻔뻔하게 사는 사람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래서 6월을 시작하는 첫날에 다짐 합니다.
내가 그동안 옳다는 그것들을 점검합니다.
옳은 것에 안다는 것에 갇혀있지 않겠습니다.
아는 것으로 보고 듣고 하지 않겟습니다.
그렇다고 트리고 모른다는 생각에 갇히지도 않습니다.
잘 듣고 또 더 잘 듣고
잘 보고 또 더 잘 보고
하면서 시방 나의 가슴을 알아차려 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뇌에게 물어 보면서
지금 하고 하고 하고
지금 가고 가고 가고
지금 여기를 사는 6월로 만듭니다.

이런 6월이 내게 나타나서 참 고맙습니다.
아니 내가 6월입니다.
내가 6월로 나타나 6월을 산다니...

삶이 나로 나타나 삶을 삽니다.
내가 삶입니다.
나와 삶은 조금도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눈 감으면 이리도 편한 세상

6월이 다 되고 되고 되면
나는 7월로 아주 완벽한 7월로
알음다운 7월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내가 참 좋습니다.
         - 아침햇살-

2009.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