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의 편지 / 축제의 장
2013.05.04 19:32
꽃눈이 푸지게 쏟아지는 날,
봄 햇살을 따라 들어선 은파호수공원 광장에는
음악이 쾅쾅 울리면서 호수 가운데의 음악분수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어
환상적인 축제의 장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신부의 베일처럼 온통 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꽃눈,
눈부신 햇살,진동하는 음악의 리듬에 맞춰 햇살 받아
눈부시게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음악분수,
원목으로 정리된 탁 트인 광장,
와~ 순간 나는 멋진 축제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황홀한 기분으로 잠시 머물렀습니다.
도심의 한 가운데 이런 열린 휴식공간은
메마른 삶 속에 위로와 활력이지요.
오래 전에 누군가 지구를 타원형의 커다란 정신병동이라고 했다지만
사회가 더욱 복잡해감에 따라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결함을 가진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심에 열린 휴식공간을 마련하듯 메마르고 답답한 현실 속에
우리도 축제의 장을 마련할 일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생활을 타이트하게 조이지만 말고
삶을 충전하여 새롭게 레크리에이션하며,
긴장을 이완시켜 활짝 웃을 수 있는 장을 소유할 일입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녀석에게 자신의 인생을 올인[allin]하고
늘 긴장된 채 여유 없이 살아가던 동생은
장애아를 둔 부모들로 모임을 만들고, 이어서
합창단을 만들어 활동을 했습니다.
그 후,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에 있던 그들이
잃어버린 웃음을 찾았다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일상에서 잊고 있던 콧노래가 흘러나오는 걸 의식하게 되면서
자신들이 그동안 웃음과 노래를 잊고 살았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 소식을 들으며 나는 그들의 메말랐던 정서에
5월의 신록처럼 물이 오르기를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현실 속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원망과 다툼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문제를 해결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온전한 사랑이란 연민으로 인하여 이루어지기에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게 되지만(벧전4:8)
자기 스스로의 무력감과 슬픔조차 감당하지 못할 때에는
다른 이를 포용할 힘이 없게 되지요.
그러므로 온전한 ‘아가페’는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그분의 사랑이기에
인간의 한계 안에서 불가능한 그것을 우리는 그분 안에서 이루어 가는 것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던 5060시대를 살았던 나의 어린 시절,
아무도 나에게 희망을 말해주지 는 않았지만
하나님 아버지 안에서 5월의 신록 같은 꿈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것은 내 삶의 어둠을 밝혀주는 축제의 장으로
늘 거기에서 새 힘을 공급받아 살고 있습니다.(시1:3)
당신에게도 있습니까?
피안(彼岸)의 세계에서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축제의 장이,
삶의 모든 어둠을 사르는 그 희망의 빛이,
오늘도 나는 시내 한 복판에서 그 빛 받아
향기로운 차를 끓이며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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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요..
하지만 머무르지 못할 때가 많아 하나님께 죄스럽지요.
가온님 메세지 덕에 잠시 숨고르고 그 곳에 안겨봅니다^^